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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가르는 또 하나의 변수 '에너지'

올 들어 석유·가스·석탄 등의 국제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에너지 자원이 각국의 통화 가치를 가르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에너지 수입국인 일본, EU, 영국, 중국 등은 환율이 폭등하며 통화 가치가 급락했지만, 미국은 물론 자원 부국인 러시아, 호주, 캐나다, 인도네시아 등은 환율이 탄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29일 원·달러 환율은 1438.9원을 나타내면서 연초 대비 21%가량 상승(원화 가치 하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1, 2월만 해도 1200원을 밑돌았지만 이젠 1500원이 멀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나라와 같이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의 엔화는 달러당 115엔 수준에서 140엔을 뚫으면서 연초 대비 25% 넘게 올랐고, 사상 최저 수준까지 급락한 영국 파운드화도 올 초와 비교해 25%가량 가치가 떨어졌다.

유로 역시 연초 대비 17%가량 가치가 떨어졌다. 에너지 순수입국인 중국 또한 연초와 비교하면 달러 대비 13%가량 떨어졌다.

반면 에너지 위기의 장본인인 러시아를 비롯해 자원 부국들은 상대적으로 탄탄한 환율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세계 5대 석탄 생산 국가로 꼽히는 호주와 인도네시아는 연초 대비 환율이 각각 12%, 7% 상승에 그쳤고. 대표적인 북미 자원 부국인 캐나다도 달러 대비 8% 수준으로 환율 상승을 막아냈다.

러시아는 이른바 '퀸루블'로 불리며 올해 초와 비교하면 달러와 비교해서도 20% 이상 가치가 높아졌다. 전통적인 에너지 부국인 미국 또한 유로·엔·파운드 등 주요 6개 통화와 비교한 달러지수가 연초 90대 중반에서 114까지 치고 올랐다.

자원 수출국들은 급등한 에너지 가격의 혜택을 입으며 달러를 끌어모으고 있지만, 에너지 수입국들은 에너지 가격 폭등 속에 통화 가치까지 떨어지며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에너지 수입을 위한 달러 수요가 늘면서 다시 환율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에 빠졌다. 조성봉 숭실대 교수는 "석유·가스·석탄 등 에너지 수입액은 우리나라 전체 수입액의 3분의 1에 이른다"며 "에너지 소비를 줄이지 않고 금리 인상만으로는 환율 방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기고자 : 조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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