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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돌파는 14년만에 처음… 금융시장 흔들리자 채권도 불똥

영국 파운드화 가치 급락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채권시장의 지표금리(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28일(현지 시각) 한때 연 4% 선을 돌파했다. 영국 중앙은행이 100조원 규모 양적 완화 계획을 발표해 급한 불을 끄긴 했지만, '킹(King) 달러'에서 비롯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은 쉽게 진정되지 않는 모양새다.

이날 오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최고 4.019%까지 치솟았다가 3%대로 꺾였다.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4% 선을 넘은 것은 14년 만이다. 올 들어서만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2.5%포인트 가까이 올라 1981년 이후 가장 가파른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미 국채 금리 급등은 연방준비제도(연준) 고위 인사들이 추가적 금리 인상 필요성을 역설하며 긴축 의지를 재확인한 데다 영국이 50년 만의 최대 폭 감세 계획을 발표한 여파다. 최근 준(準)기축통화인 영국 파운드화가 급락하고 영국 국채 금리가 치솟는 등 국제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이 불씨가 미국 채권시장까지 옮아붙은 것이다.

침체 공포가 커지자 이날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다음 달 14일까지 100조원(약 650억파운드) 규모의 국채 매입 계획을 밝혔다.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던 영국 파운드화는 전 거래일 대비 1.1% 상승한 1.085달러에 거래되는 등 소폭 회복세를 보였다.

◇영국 100조 국채 매입에 "라라랜드 머물고 있다" 비판

영국 중앙은행 개입으로 한숨을 돌리긴 했지만, 양적 완화라는 '극약 처방'까지 동원한 영란은행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영란은행은 "장기 국채를 필요한 만큼 사들이겠다"며 사실상 시장에 무제한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른 나라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시중에 돈을 푸는 정반대 대응에 나선 것이다.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 핌코의 전 최고경영자(CEO) 엘 에리언은 영란은행의 긴급 국채 매입 조치를 비판했다. 이날 CNBC에 따르면 에리언은 "우리가 양적 완화라는 '라라랜드'에 더 오래 머물면 머물수록, 바닥으로 떨어진 금리, 혼란스러운 시장, 우스꽝스러운 개입, 왜곡된 자산 배분 등에서 탈출하기는 더 어려워진다"며 "(영란은행이) 막 양적 긴축을 하려던 참이었고 심지어 더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제는 유동성을 주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화 제목인 '라라랜드'는 '꿈의 세계'라는 뜻을 갖고 있다. '라라랜드에 머문다'는 표현은 말 그대로 꿈속에 산다, 사리분별을 못 한다는 맥락에서 쓰였다. 영란은행이 장기 국채를 매입하고 긴축을 시행하려던 계획을 연기하려고 한 직후 나온 비판이다.

◇올 연말 미국 기준금리 4% 넘어설 전망

미국의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단행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28일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런던 정치경제대학교에서 연설 후 취재진에게 글로벌 시장 변동성이 "금융시장에 추가적 제약을 가할 수 있지만 연준이 현재 궤도를 이탈할 정도로 심하지 않다"며 "인플레이션 장기화 위험이 높아 인플레이션부터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같은 날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역시 연준이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75%포인트 금리를 올리는 데 이어 12월 회의에서도 0.5%포인트 올려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연말 미국 기준금리는 4.25~4.50%가 된다.

국내에서도 채권 금리가 급등하면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줄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 일반회사채 발행은 1조3355억원(14건)으로, 전월 대비 1조9425억원(-59.3%) 감소했다.

급등하는 시장 금리에 우리 정부와 한국은행도 28일 5조원을 투입해 국채를 매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정부 개입은 아시아 시장의 하락세를 둔화시키기는 하겠지만 멈출 수는 없을 것"이라며 "미국의 고금리, 강달러와 아시아 환율 하락이 이어지면서 앞으로 몇 주간 하방 압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래픽]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추이 기고자 : 유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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