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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키스의 저지, 약물의혹 없는 대기록

애런 저지(30·뉴욕 양키스)가 마침내 뉴욕 양키스의 전설 베이브 루스를 넘어서 로저 메리스의 한 시즌 홈런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저지는 29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벌인 2022 시즌 MLB(미 프로야구) 원정 경기에서 3-3으로 맞서던 7회초 무사 1루에서 상대 투수인 팀 메이저의 8구째 시속 152㎞ 싱커를 걷어 올려 왼쪽 담장 너머로 날려보냈다. 비거리 120m. 그는 시즌 61번째 홈런으로 베이스 루스(60개·1927년)를 제치고, 1961년 로저 메리스(전 뉴욕 양키스)의 아메리칸 리그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저지가 홈런을 날린 순간 관중석에는 자신을 태어나자마자 하루 만에 입양한 백인 어머니 패티와 로저 메리스의 아들인 로저 메리스 주니어가 그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봤다. 홈런이 터지자 어머니는 두 팔을 번쩍 들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잠시 후 메리스 주니어와 얼싸안았다.

저지의 시즌 61번째 홈런은 지난 21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전에서 60호 대포를 쏘아 올린 뒤 8경기 만에 나왔다. 저지는 이후 7경기 동안 역사적인 홈런의 제물이 되지 않기 위한 상대 투수의 집중 견제에 시달렸다. 23일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홈경기에선 볼넷을 3개 얻었고, 28일 토론토 블루제이스 원정 경기에선 다섯 차례 타석에 서서 네 번이나 걸어 나갔다. 저지의 한 경기 4볼넷은 2017년 9월 5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 이후 5년 만이었다.

29일 경기에서도 첫 타석 스트레이트 볼넷을 골라낸 저지는 이후 타석에서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휘둘렀다. 두 번째 타석에선 우익수 뜬공, 세 번째 타석 땐 땅볼에 그쳤다. 하지만 네 번째 타석에서 풀카운트 승부 끝에 상대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기념비적인 홈런을 쏘아 올렸다. 양키스 동료들은 더그아웃 바깥에 서서 차례대로 저지를 껴안으며 축하했다. 저지는 경기 후 "양키스, 더 나아가 역대 야구 전설(메리스)과 이름을 같이 올린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영광이다"라며 "양키스란 조직에 대해 매우 특별함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MLB 146년 역사상 한 시즌에 61개 이상 홈런을 친 선수는 저지가 역대 다섯 번째다. 앞서 메리스(1961년 61개), 배리 본즈(2001년 73개), 마크 맥과이어(1998년 70개·1999년 65개), 새미 소사(1998년 66개·1999년 63개·2001년 64개)가 해냈다. 하지만 이 중 본즈와 맥과이어, 소사에겐 금지 약물을 복용해 몸집과 장타력을 키워 이를 달성했다는 낙인이 찍혀 있다.

올해 저지는 본즈나 맥과이어의 페이스에 못 미치지만 약물에 의존하지 않은 '청정 타자'라는 점에서 미국 야구계가 더욱 열광한다. 메리스 주니어는 "아버지도 저지의 기록을 자랑스러워하실 것"이라며 "만약 저지가 62호 홈런을 때린다면, 아메리칸리그뿐만 아니라 MLB 전체의 진정한 단일 시즌 홈런 기록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날 8대3으로 승리한 양키스는 29일까지 155경기를 치러 정규 시즌 7경기를 남겼다. 저지가 홈런을 1개만 더 보태면 메리스의 기록을 넘어서게 되고, 약물 낙인이 찍히지 않은 타자로서 한 시즌 가장 많은 홈런을 날린 선수가 된다. 저지는 61호 홈런을 때리면서 투타에서 뛰어난 기량을 펼치는 오타니 쇼헤이(LA에인절스)와의 아메리칸리그 MVP 경쟁에서도 한 발 더 앞서나가게 됐다. 저지는 홈런뿐 아니라 타율(0.313), 타점(130개)도 아메리칸리그 1위를 달려 루 게릭(1934년), 미키 맨틀(1956년)에 이어 양키스 선수 중 세 번째로 타격 3관왕을 노리고 있다.

[그래픽] 저지 61홈런 분석 기고자 :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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