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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치기'가 옳으냐 틀렸느냐를 놓고 논란이다. 면치기란 많은 양의 국수를 끊지 않고 한 번에 흡입하듯 먹거나, 연속적으로 입에 밀어 넣으며 먹는 방식을 말한다. TV·유튜브 먹방(먹는 방송)에 자주 등장하면서 국수를 제대로 먹는 법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사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시끄럽게 소리 내며 먹는 게 교양 있는 식사법으로 여겨지진 않는다.

하지만 하나의 예외가 있으니, 일본에서 소바 그러니까 메밀국수를 먹을 때이다. 남에게 폐 끼치는 걸 극도로 꺼리는 일본인이지만, 소바만큼은 쓰유(메밀국수 장)를 살짝 찍어 입에 밀어 넣고는 "후루룩" 소리 내며 빨아올리며 "호쾌하게" 먹어야 제맛이라고 한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소바는 흔히 '향으로 먹는 면'이라고 한다. 소리 내면서 먹어야 입으로 소바 면발과 공기가 섞여 들어오면서 쌉싸름하면서도 구수한 메밀 특유의 향을 더 많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시끄럽게 먹어야 제맛이라는 소바는 찬바람 살살 부는 가을이 제철이다. 소바가 가을에 가장 맛있는 건 메밀을 가을에 수확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가을이면 어느 지역 메밀이 어떤 특징이 있는지, 올해 작황이 어떤지, 수확 날짜가 언제인지 따위를 자세하게 소개하는 기사가 잡지에 실릴 정도다.

소바는 내는 방식에 따라 크게 '모리소바'와 '가케소바'로 나뉜다. 모리소바는 소바를 찬물에 씻어서 차게 낸다. 모리는 일본어로 '쌓는다'는 뜻의 '모루'에서 왔다. 대발 통에 담아 쌓아 올려서 내기 때문이다. 소바를 찍어 먹는 쓰유는 사케와 미림(조리용 술)을 끓여 알코올을 날린 다음, 진간장과 가쓰오부시(가다랭이포) 등을 넣고 끓여서 우린 국물이다. 가케소바는 뜨거운 국물에 소바를 말아 낸다. '붓다'를 의미하는 일본어 '가케루'가 어원이다. 뜨거운 국물은 쓰유에 물을 더해 희석하거나 육수를 섞어 만든다.

한국에 소바가 전해진 건 일제강점기로 추정된다. 짧지 않은 세월 소바를 즐기다 보니, 일본과는 다른 한국식 소바가 자리 잡았다. 한국식 소바는 모리소바를 기본으로 하되, 쓰유에 변화를 주었다. 쓰유에 소바 면발 끄트머리만 살짝 찍는 일본식 모리소바와 달리, 한국인은 쓰유를 육수처럼 소바와 함께 들이킨다. 그러려면 쓰유가 일본처럼 진하고 짜서는 안 된다. 그래서 한국식 쓰유는 육수를 많이 섞어서 훨씬 묽다. 육수는 멸치 또는 멸치와 가쓰오부시를 섞어 우린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인이 워낙 국물을 즐기기 때문이란 분석이 대세다. 소바와 마찬가지로 메밀로 뽑는 평양냉면이나 막국수를 즐기는 식습관과 융합되면서 탄생했다는 설도 있다. 한국식 소바의 완성형은 북창동으로 알려진 서울 중구 남대문로 4가에 있는 45년 역사의 노포 '송옥'과 덕수궁 대한문 옆 '유림면'에서 맛볼 수 있다. 메밀가루와 밀가루를 7대3 비율로 섞어 가늘게 썬 국수를 멸치 듬뿍 넣어 감칠맛 풍부한 쓰유와 함께 낸다. 매콤달콤한 고추장 양념에 비벼 먹는 '비빔메밀'도 소바의 한국적 변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