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IMF, 감세정책 철회 요구

파운드화 가치 폭락으로 타격을 입은 영국에서 금융시장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을 전격 중단하는가 하면, 국채 금리가 급등해 '유럽의 병자(病者)'로 불리던 이탈리아·그리스 국채 금리를 추월했다.

27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대형 은행인 HSBC가 이날 오후부터 영국에서 신규 주담대를 중단한다고 발표한 것을 비롯해 로이드은행그룹, 산탄데르은행, 클라이드데일은행 등 여러 은행이 줄줄이 주담대를 당분간 취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은행들이 주담대를 멈춘 이유는 파운드화 폭락에 대응하기 위해 영국중앙은행(BoE)이 기준금리를 대폭 올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서다. 영국의 국채 5년물 금리는 지난 5월 초만 하더라도 연 1.6%대였지만 이날은 연 4.69%까지 올랐다. 영국 국채 투매가 벌어지면서 금리가 오른 것이다. 이 정도로 가파르게 오른 시장 금리를 주택담보대출에 바로 반영하면 고금리로 인해 부실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아예 대출 집행을 중단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스위스는 "금리 인상, 물가 상승, 경기 침체가 결합해 영국 집값이 10~15%는 쉽게 하락할 수 있다"고 했다.

영국의 금융시장이 크게 동요하는 이유는 정부의 정책 판단 착오 탓이다. 영국 정부는 에너지 보조금을 각 가정에 지급하기로 했고, 지난 23일에는 450억파운드(약 69조원) 규모의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했다. 이런 정책들이 집행되면 재정이 파탄 날 수 있다는 공포가 커져 국채 투매가 벌어졌다. 파운드화 가치는 26일 한때 역대 최저치인 파운드당 1.03달러로 폭락했다.

BoE는 28일 요동치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10월 14일까지 장기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하겠다는 긴급 대책을 발표했다. 국채 가격을 올려 금리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7일 파운드화 가치 폭락으로 세계 경제에 충격이 가해지자 성명을 내고 영국 정부를 향해 감세 및 보조금 지급 계획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기고자 : 손진석 기자
본문자수 : 1032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