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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경제상황 악화, 불가피
＂은행측 ＂30조원 기금 준비했더니＂

금융위원회와 금융사들이 2020년 4월부터 시행 중인 코로나 피해 자영업자 등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 상환 유예 조치를 재연장하기로 했다고 27일 발표했다. 대출 만기 연장은 최장 3년, 원리금 상환 유예는 1년 연장된다. 지난 6월 말 기준 상환 유예 등을 받고 있는 대출자는 57만명이고, 대출액은 141조원이다.

이 조치는 2020년 4월 시행 당시에는 6개월 예정이었지만,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6개월씩 4차례 연장돼 2년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코로나 영업제한 등 방역 조치가 지난 4월 해제되면서 영업이 점차 정상화되고 있지만,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경제·금융 여건 악화로 온전한 회복까지 다소간의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재연장 이유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영업 회복이 미진한 가운데 당초 예정대로 9월 말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를 종료할 경우 자영업자·중소기업이 대거 채무 불이행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만기 연장 등 조치가 코로나 사태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는 하지만, 장기화되면서 대출 부실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7월 "(재연장하지 않고) 9월 말로 종료된다"고 했던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금융위는 불과 2개월 만에 발표를 번복한 셈이다.

금융 당국은 이번 재연장 조치가 금융권의 '자율 협약'에 의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10월에 출범하는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 등 빚을 갚기 어려운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책이 나와 있는데도 대출 만기와 상환 유예를 연장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갚을 수 있는 대출에 대해선 은행이 여느 대출과 같이 알아서 만기 연장을 해주고, 갚기 어려운 대출은 10월부터 접수를 시작하는 새출발기금 등을 통해 원금 탕감 등을 해주기로 한 계획을 금융 당국이 갑자기 뒤집었다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최소한 이자 상환이라도 해야 부실 대출을 파악할 텐데, 이대로 계속 덮어만 두는 것은 문제를 더 키울 위험이 있다. 재연장은 은행이 떠안고 있으라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일단 종료하고 30조원 규모의 기금을 만들어 지원하기로 했는데 몇 주 전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코로나 대출 5차 연장 촉구' 등 발언이 나오더니 분위기가 재연장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런 지적에 대해 지난 7월 금융권 및 관계 기관 합동으로 '만기 연장·상환 유예 협의체'를 구성해 연착륙 방안을 논의했고 최종적으로 이번 방안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회사들에 짐을 다 넘기는 것이 아니다. 금융사들이 '고객이 잘돼야만 나도 산다'는 생각을 갖고 협의를 해나가면 더 합리적인 방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고자 : 김신영 기자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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