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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기밀 유출＂ 조사하는 영상까지 공개… 日은 강력 항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러시아와 일본 관계가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일본이 주요 7국(G7) 일원으로 서방의 대러 제재에 적극 동참하면서 양국 외교 관계가 '냉각'을 넘어 '적대적' 상태로 치닫고 있고, 한때 해결 기미를 보였던 '북방 영토' 이슈에서도 군사적 갈등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외교관이 러시아에서 스파이 혐의로 체포된 뒤 추방 명령을 받아 양국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은 26일(현지 시각)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모토키 다쓰노리(本木辰典)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일본 영사를 간첩 혐의로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FSB는 "모토키 영사가 러시아와 중국으로 추정되는 아시아 국가와 협력에 대한 정보, 서방 경제 제재에 따른 러시아 극동 지방의 영향 등 여러 기밀 정보를 수집했으며, 정보원에게 금품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FSB는 또 "모토키 영사가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며 그를 신문하는 동영상도 공개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모토키 영사를 '페르소나 논그라타(외교적 기피 인물)'로 선언한다"며 "48시간 내에 러시아를 떠나라"고 통보했다. 또 "모스크바 주재 일본 대사를 초치해 일본 정부에 강력 항의했다"고 밝혔다. FSB에 수일간 억류되어 있던 모토키 영사는 현재 풀려났으며,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8일까지 러시아를 떠날 예정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27일 "해당 외교관은 불법적인 활동에 가담한 바 없다"며 "일본 정부는 러시아에 강력하게 항의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러시아에 대해 즉각적인 보복 조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대러 경제 제재에 적극 나섰다. 러시아 정부와 금융기관의 자산 동결, 러시아인에 대한 비자 발급 중단, 일본 금융기관과 러시아 금융기관 간의 거래 중단 등의 조치를 단행했고, 이어 러시아 금융기관의 국제금융결제망(SWIFT) 배제, 반도체와 통신 장비 등 첨단 기술의 러시아 수출 금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 인사의 자산 동결에도 참여했다.

러시아는 이후 일본을 '비우호국'으로 규정하고 본격적인 보복에 나섰다. 지난 3월 초 러시아 헬기가 일본 홋카이도 네무로(根室)반도 앞바다 일본 영공을 침범했고, 같은 달 14일에는 구축함과 잠수함 등 러시아 함정 6척이 홋카이도와 러시아 사할린 사이 소야 해협을 통과하며 무력 시위를 했다. 4월에는 러시아 외무부 명의로 "대러 경제 제재에 동참한 일본에 보복 조치를 하겠다"고 공언하고 일본 외교관 8명을 추방했다. 5월에는 기시다 총리 등 일본 정부 인사 63명을 입국 금지하고, 1998년 체결한 러·일 어업 협정의 이행 중단을 선언했다.

양국 다툼의 오랜 진원이었던 '북방 영토'를 둘러싼 갈등도 다시 불붙고 있다. 소련은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일본이 1945년 항복을 선언하자 홋카이도 동북쪽과 사할린(캄차카반도) 사이 쿠릴열도 4개 섬을 차지했다. 양국은 1950년대부터 이들 4개 섬의 영유권을 놓고 마찰을 빚었다. 소련이 붕괴한 1990년대부터 이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 대화가 시작됐고, 2013년 아베 신조 전 총리 때부터 본격적인 반환협상(평화 조약 체결 협상)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3월 21일 러시아가 일방적인 협상 중단을 발표하고, 쿠릴열도 내 공동 경제개발도 중단키로 했다. 러시아는 또 3월 중순 쿠릴열도 근해에서 군함을 동원한 무력 시위를 한 데 이어, 25일에는 군사훈련도 벌였다. 당시 러시아군은 "가상 적국(일본) 해병대가 쿠릴열도에 상륙하는 상황에 대비한 훈련"이라고 밝혔다. 기고자 :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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