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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아열대농업 육성 조례 제정

지난 24일 오전 전남 해남군 옥천면 '우리바나나' 농장. 천장 높이가 8.3m에 달하는 바나나 전용 시설하우스 내부에서 농장주 정수섭(75)씨와 아들 정기영(45)씨, 며느리 고성옥(38)씨 등 3명이 바나나 수확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키가 5m쯤 되는 바나나 나무들이 넉넉하게 그늘을 만든 덕에 내부 온도는 25도로 바깥보다 낮았다. 바나나 수확은 한 뼘 크기의 전용 칼을 들고 일일이 수작업으로 한다. 정수섭씨는 "고되지만 올해는 대풍(大豊)이라 흥이 난다"며 "바나나 열매가 100개 이상 달린 한 송이의 중량이 보통 25㎏ 나가는데, 올해는 바나나가 실하게 커 5㎏이 늘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30년 이상 쌀·단감·호박·키위 농사 등을 했다. 그러다 2년 전 해남군의 일부 지원을 받아 바나나 농사에 뛰어들었다. 10억원 넘는 초기 사업비를 투자해 시설하우스 2개 동을 세우고 바나나 묘목 2050그루를 심었다. 전체 재배 면적은 축구장 1개 크기와 비슷하다. 연간 24t 출하가 가능하다. 바나나 나무는 1년을 꼬박 자라야 상품성이 생긴다. 작년 9월 첫 수확을 했고, 올해 두 번째 수확을 시작했다. 정씨는 "낯선 아열대 과일이라 초창기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2년 만에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전국 첫 아열대 농업 육성 조례 제정

'한반도 땅끝' 해남이 아열대 작물 재배 일번지로 떠오르고 있다. 해남은 면적이 전남 22개 시군 중 가장 넓다. 서울의 1.7배에 이른다. 드넓은 농경지를 보유해 농업에서 강점을 보이는 이 지자체는 온난화로 기후가 변화하자 아열대 작물에 미래를 걸고 있다. 아열대 기후대는 추운 달 평균기온이 영하 3도에서 영상 18도 사이, 월평균 기온이 영상 10도를 넘는 달이 8개월 이상인 지역이다. 우리나라에선 제주와 남해 일부 지역이 아열대 기후대에 속한다.

해남은 2005년 해남의 과수연구소에서 아열대 작물 재배 연구에 나섰다. 해남은 다른 지역에 비해 기온이 높아 시설하우스의 난방비가 적게 드는 장점이 있어 이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실제 평당 시설 난방비는 1만2000원 수준으로 중부 지역에 비해 2~3배 저렴하다. 2019년에는 전국 최초로 아열대 농업 육성을 위한 조례를 제정했다. 농민들이 아열대 작물 시설을 설치하면 예산의 절반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해남에서 아열대 작물을 재배하는 시설하우스 비율은 현재 9%로 10여 년 전 1~2%에 비해 크게 늘었다. 시설하우스 10개 중 1개는 아열대 작물을 키운다는 뜻이다. 문동길 해남군농업기술센터 원예작물팀장은 "농민들이 빠르게 아열대 작물 재배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해남은 농가 193곳이 121㏊(축구장 172개 크기)에서 바나나·망고·파인애플·파파야 등 13개 품종의 아열대 작물을 키우고 있다. 연간 생산량은 1530t에 달한다.

해남이 가장 강점을 보이는 아열대 과일은 바나나다. 2018년 시험 재배를 시작해 연구 과정을 거친 뒤 2020년 8월부터 해남 농가에서 바나나 수확을 시작했다. 현재 농가 4곳이 1.4㏊(축구장 2개)에서 연간 84t의 바나나를 수확한다. 생산량은 전남 최대로 제주와 경남 산청에 이어 셋째로 많다. 해남군은 바나나 외에도 내년 말 농가 4곳에서 파인애플을 본격적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2026년 아열대 작물 연구 기관 2곳 들어설 예정

해남 삼산면 일대 60㏊에는 이르면 오는 2026년 아열대 작물 재배 기술 등을 연구하는 기관 2곳이 들어선다. 하나는 국립 기후변화대응센터로 아열대 작목 재배에 특화한 해남이 최근 유치에 성공했다. 정부가 국비 600억원을 투입해 해남군 삼산면 평활리에 2026년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 기후변화대응센터(연면적 1만4700㎡)를 세운다. 이곳에서 기후변화를 연구하며 아열대 작물 재배 기술 등을 보급하는 전문 인력 40여 명이 일하게 된다.

또 전남 지역 3곳에 흩어진 '전남도 과수연구소'는 해남 기후변화대응센터 옆으로 통합 이전한다. 사업비는 300억원이다. 아열대 작물을 연구하는 이 연구소는 2024년 완공된다. 전문 인력은 60여 명이다. 해남군은 이 두 기관 바로 옆에 200억원을 들여 아열대 작물을 직접 시험 재배하는 기반을 갖춘 기후변화 대응 농업연구단지도 2025년 조성할 계획이다. 아열대 작물 연구와 시험 재배·수확이 한곳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명현관 해남군수는 "기후의 유리한 여건을 살려 국내 아열대 작물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기고자 : 해남=조홍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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