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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기초연금은 매우 이상한 제도이다. 기초연금은 보통 두 가지 유형으로 운영된다. 첫 번째 유형은 모든 노인에게 빈곤을 벗어날 정도의 연금을 지급하는 보편주의형이다. 과거 스웨덴이 그랬고, 네덜란드, 스위스, 덴마크 등이 아직도 그러하다. 두 번째 유형은 국민연금액이나 소득이 부족한 노인만을 대상으로 삼아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선별주의형이다. 현재 스웨덴이 그러하고 대부분의 다른 OECD 국가들이 취하고 있는 형태다.

역사적으로 일반적인 흐름은 스웨덴처럼 보편주의에서 선별주의 기초연금으로의 전환이다. 노인 인구가 전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전체 노인에게 빈곤선을 벗어날 정도의 충분한 급여를 지급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혹 필요 재원을 마련한다 할지라도, 그렇게 되면 생산인구에 써야 하는 다른 복지 예산이 크게 압박을 받게 된다.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족정책에 지출을 늘려야 한다. 생산인구의 감소를 메우기 위해서는 고용률과 직업 역량을 높여주는 사회서비스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에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그래서 스웨덴을 위시한 대부분의 나라는 우리의 국민연금 같은 의무가입형 공적연금과 개인연금 같은 사적연금을 통해 국민이 최대한 스스로 노후 소득을 축적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노후 소득이 빈곤선 이하로 떨어지는 저소득층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가는 이들 저소득 노인에게 국가재정으로 기초연금을 지급해 빈곤 탈출을 돕고 있다. 물론 아직도 보편주의형 기초연금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가 있다. 앞서 언급한 덴마크나 네덜란드 같은 나라가 그러하다. 그런데 이들은 우리의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이 없다. 국가가 운영하는 연금제도는 기초연금이 유일하다. 저소득층 노인에게만 연금을 지급하지 않고 보편주의를 유지하는 이유다.

한국의 기초연금은 참으로 비합리적인 제도다. 우리는 2200만명의 국민이 가입한 국민연금에 더해 900만명이 가입한 퇴직연금 같은 준공적연금도 갖고 있다. 따라서 국가는 사각지대에 빠져 연금이 부족한 저소득 노인만을 대상으로 이들이 빈곤을 벗어날 수 있게 적정 수준의 기초연금을 지급해야 재정 효율성과 공정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그런데 무조건 70%의 노인에게 월 30만원씩 지급한다. 소득이 빈곤선 이하인 노인이 38%인데, 70%를 고집하는 것이다. 빈곤선 이하 노인을 대상으로 하되, 형편이 좀 나은 분에게는 10만원, 소득이 조금 되는 노인에게는 30만원, 진짜 가난한 노인에게는 60만원 하는 식으로 운영하는 게 어떨까? 사실 이는 10년 전부터 OECD가 한국 정부에 권고하는 사항이다. 2022년 OECD 한국경제보고서에서도 이 점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기초연금이 절실한 저소득 노인을 표적화하고 대신 액수는 인상하라고. 그래야 초고령화사회에서 기초연금이 노인 빈곤을 막으면서도 지속가능한 제도로 남을 수 있다고.

그런데 정치권은 우리나라 기초연금의 비합리성을 고치기는커녕, 더 증폭시키고 있다. 선거만 치르면 대상자가 늘고 지급액이 오른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여야 후보 모두 대상자 축소 없이 기초연금 40만원 인상을 약속하였다. 그나마 다행히 정부는 기초연금의 인상은 국민연금 개혁과 연계해 인상액과 시기를 조정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을 개정해 지급 대상이 아니었던 소득 상위 30%에게도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고 한다. 국민연금의 재정안정화 개혁을 전제로 기초연금액을 인상하고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다. 2024년 총선 승리를 위한 포석일진대, 단기적 표 득실을 따질 때가 아니다. 지난 대선의 여야 합의 사안인 공적연금개혁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기초연금의 역할과 기능을 재조정하는 데 정치권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기고자 :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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