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우리 경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와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에너지 수급 비상이 걸렸다. 이럴 때일수록 에너지 소비 절약과 수입 감축 외에 뚜렷한 방법이 없는데, 경직된 가격 규제로 시장이 왜곡되거나 수급 문제를 심화시키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정부는 유류세 인하 및 전기·가스요금 인상 억제 등 대증적 처방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과도한 가격 통제는 지속 가능하지도 않고 많은 부작용을 낳을 뿐이다.

가격 통제는 우선 가격 신호에 의한 수요 조절 기능을 제약한다. 유가 등 에너지 수입 가격이 급등했는데도 전기·가스 가격 인상이 억제되다 보니 에너지 수요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에너지 수요 관리의 핵심은 가격 기능 활성화인데, 물가 상승 등을 우려해 요금 인상을 억누르면 소비 구조가 왜곡된다. 또 한전은 올해 영업손실이 3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전력 도매가 급등이 소비자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부 가격'(전기요금)이 '콩 가격'(연료비)보다 싼 상황이 지속되면 탄소중립 투자는 물론,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한 설비 투자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반면 일부 대기업은 사실상 특혜를 받는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 싼 전기·가스를 공급받아 에너지 위기를 실감하지 못하고, 에너지를 많이 쓰는 기업은 가격 규제의 반사 이익을 얻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원가를 반영한 전기요금의 정상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유명무실한 '연료비 연동제'도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시장 원리에 기반하지 않는 전기료 통제는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다. 기고자 : 김진우 前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843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