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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2회전 제1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위정치 八단 / 黑 신진서 九단

〈제12보〉(144~161)="돌에도 피가 돈다. 나는 그것을 토함산 석굴암에서 분명히 보았다. 양공(良工)의 솜씨로 다듬어 낸 그 우람한 석상의 위용은 살아있는 법열의 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인공이 아니라 숨결과 핏줄이 통하는 신라의 이상적 인간의 전형이었다." 조지훈 시인의 '돌의 미학' 중 일부다. 글 어디에도 바둑돌은 등장하지 않지만, 바둑인들은 항상 바둑돌에서 생명체의 숨결과 핏줄을 느끼곤 한다.

흑이 비세를 탈출, 턱밑까지 쫓아온 가운데 종반 정리에 들어간다. 144는 끝내기 맥점. 야생 다람쥐처럼 탄력이 느껴지는 행마다. 돌이 살아서 움직인다는 표현은 바둑판 위에선 과장이 아니다. 150에선 도약 직전 잔뜩 웅크린 치타나 표범이 떠오른다. 이 경우 참고 1도의 처리가 보통이지만, 후수를 잡아 흑에게 좌하귀 '가'를 빼앗기면 백의 실패다.

155, 157은 완벽한 수순. 빼꼼히 열린 뒷문을 걸어 잠근 159도 이제 와선 반상 최대다. 큰 곳은 없지만 도처에 깔린 흑백의 군사들이 집 한 칸이라도 더 챙기려고 부지런히 뛰어다니고 있다. 순간 흑에게서 161이란 문제수가 터졌다. 참고 2도 1이 절대점으로, 5 이후 A, B를 맞봐 미세한 형세였다. 다시 흑의 위기! 기고자 :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629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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