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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시간에 디지털화·기술 확보, 기존 사업 키우는데 주력

한솔그룹은 지난 22일 서울 코엑스에서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인 블루포인트파트너스와 함께 올해 새로 발굴해 지원한 스타트업들을 소개하는 행사를 열었다. 회사의 주력 사업과 밀접한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기술협업을 통해 기존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취지다. 한솔제지는 100%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 팩을 식료품·세제·샴푸 포장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 리필리와 협업에 나섰고, 택배용 박스를 제조하는 한솔비에스는 종이로 아동용 친환경 장난감을 만드는 스타트업 델로와 새로운 사업을 모색 중이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 관계자는 "기업은 유망 스타트업의 신기술을 단시간에 확보하고, 스타트업은 기업의 고객·공급망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고 했다.

기업들이 사내 벤처캐피털(VC) 설립과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통해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현대차·SK 등 대기업 그룹은 물론, 중견그룹과 기업들도 이에 질세라 스타트업 발굴과 지원에 뛰어들고 있다. 중견기업의 스타트업 투자는 디지털화, 신기술 확보를 통해 기존 사업을 키우는 데 주력하는 특징을 보인다.

◇침구·정수기 기업도 스타트업에 '러브콜'

침구용품 전문 기업 이브자리는 지난 7월 침구·홈데코 분야 유망 스타트업 6곳을 협업 대상으로 선발했다. 스타트업들은 신소재를 활용한 침구, 영유아·반려동물 수면 셜루션과 같은 분야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이브자리는 내년까지 이들과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실제 사업으로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정수기 렌털 전문기업 청호나이스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모노랩스와 이달 중순 합작법인 '하이플래닛'을 설립했다. 모노랩스의 인공지능(AI) 기반 건강기능식품 정기 구독 서비스와 청호나이스의 전국 단위 오프라인 영업망을 결합해 온·오프라인 양방향으로 헬스케어 사업을 확장하려는 것이다. 부동산 시행사 DS네트웍스는 스마트 물류, 스마트시티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해 기술 경쟁력 확보에 나선 경우다. 생활용품 기업 유한킴벌리는 ESG 경영 차원에서 친환경 스타트업 공모전을 열었다.

◇중견기업·스타트업 '윈·윈'

중견기업과 스타트업 사이 협업은 '상호 생존'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평가다. 디지털 전환이 시급한 중견기업은 스타트업과 협력을 통해 기존 사업을 고도화하고, 스타트업은 중견기업의 오프라인 판매망과 고객을 바로 활용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최근 글로벌 금리 인상, 경기 부진 등 대외 악재로 벤처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중견기업의 스타트업에 대한 자금줄 역할이 더욱 돋보이기도 한다. 한 VC 관계자는 "중견기업은 대기업 못지않은 지원으로 스타트업 자금난 해소에 일정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는 지난 23일 '중견기업·스타트업 DX 상생 라운지'를 열고 중견기업과 스타트업 간 매칭을 주선했다. 중견련 관계자는 "중견·중소기업은 특히 제조업 비중이 높기 때문에 디지털 전환이 핵심 과제"라며 "앞으로도 스타트업과 '윈윈' 관계 형성을 위해 다양한 상생 플랫폼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중견·중소기업의 스타트업 투자가 대폭 늘어난 것에 대해 가업 승계에 필요한 상속세 마련을 위한 투자라는 시각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견·중소기업들이 상속세를 내기 위한 현금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스타트업 투자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래픽] 스타트업 발굴·협업에 나선 중견기업들 기고자 : 최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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