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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4일, 특이한 4자 정상회담이 열렸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중동 방문 첫 기착지 이스라엘에서 라피드 총리와 만나, 화상으로 인도의 모디 총리와 아랍에미리트(UAE) 무함마드 대통령을 연결했다. 일회성 회담이 아니었다. 작년 10월 외교 장관들이 이미 밑그림을 그렸다.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협력국제포럼'이라는 회의체를 공식 출범시킨 것이다. 다소 평범해 보이는 공식 명칭 말고 애칭이 있다. 각국의 영문 머리글자를 조합한 I2U2 (Israel, India, UAE, USA)다. 별칭도 따라붙었다. 서아시아 (중동)판 쿼드, '인도-태평양'을 패러디한 '인도-아브라함 연대' 등 흥미로운 명명이 외신을 탔다.

지금은 어수선한 시절이다.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맞물리며 나라 간 다양한 합종연횡이 이루어지고 있다. 소규모 다자 그룹들이 여기저기서 등장한다. I2U2도 그중 하나다. 그런데 특이하다. 참여국들의 크기, 인구, 지역, 문화, 정치 체제, 경제 구조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상이하다. 특히 주류 종교가 뚜렷하게 다르다. 기독교(미국), 유대교(이스라엘), 이슬람(UAE), 힌두교(인도) 등 다채롭다.

대개 정체성이 유사한 국가들끼리 그룹을 결성하기 쉽다. 그런데 I2U2는 서로 비슷한 점이 별로 없다. 지역 그룹도 아니고, 쿼드처럼 민주주의 연대도 아니다. 이런 나라들끼리의 협력은 어색하기 십상인데 I2U2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각국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일단 미래 경제 관련 협력이 핵심이다. 수자원, 에너지, 교통, 우주, 보건 의료 및 식량 안보 등 6개 협력 의제를 채택했다. 이미 UAE는 인도에 20억달러 규모의 농업 단지 투자를 시작했다. 여기에 이스라엘의 관개, 종묘 기술이 들어오고, 미국 기업들이 가세했다. 각국의 비교우위를 모아놓은 프로젝트다. 인도는 노동력과 토지를, UAE는 자금을, 이스라엘은 기술을 들고 만났다. 미국은 기업을 중심으로 경영을 지원한다. 민간이 주도하는 기능적 경제 협력체 모델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정치적 의미를 상상하지 않을 수 없다. 지정학적 함의가 물씬 풍기기 때문이다.

I2U2의 설계자는 미국이다. 기본 틀은 2020년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 간 맺은 아브라함 협정이다. 트럼프 정부의 대표적 외교 성과를 바이든이 이어받아 활용하는 셈이다. 미국은 본래 중동에서 발을 빼려 했다. 오바마의 '아시아 재균형' 이른바 피봇 투 아시아(Pivot to Asia)의 정책 기조는 여전하다. 바이든 역시 인태 전략을 강조하며 미국의 전략 종심을 동아시아로 옮기려 하고 있다. 작년 여름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전격 철군이 상징이었다.

그러나 만만치 않다. 우방국들, 특히 걸프 왕정 국가들의 염려와 불만이 팽배하다. 떠나려는 미국에 대한 배신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여차하면 중국으로 가겠다는 의향을 비치기도 한다. 바이든의 고민이 깊다. 중동 순방 때 밝혔듯 미국의 빈자리를 중국과 러시아가 채울 경우 인태 전략도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전쟁을 감수하며 직접 중동을 관리할 의지는 없지만 어떻게 해서든 역외 균형자로는 남아 있으려 한다. 이 맥락에서 아브라함 협정과 인도의 연계, 소위 중동판 쿼드 I2U2를 구상한 것으로 읽힌다.

인도의 계산은 명확하다. 그간 중국과 마주하며 동쪽에 집중해왔다면 이제는 서쪽으로도 디딤돌을 놓은 셈이다.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재집권 이후 파키스탄의 행보가 신경 쓰이던 터다. 중동과의 연대는 파키스탄 견제에 유용하다. 걸프 내 인도 출신 노동자 디아스포라도 보다 적극적으로 챙길 수 있다. 무엇보다 아시아를 동서로 잇는 미국 주도 해상 연계망의 거점 국가로 목소리를 높일 계제다. 경제적 실익도 보인다. 농업 프로젝트는 물론, I2U2의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 프로젝트도 인도 구자라트 지역에 유치했다.

이스라엘의 셈법은 무엇일까? 건국 이후 아랍과의 갈등으로 지중해변에 갇힌 국가로 살아왔던 이스라엘은 아브라함 협정 이후 행동반경을 극적으로 넓혔다. 이제 이란과 일부 친이란 세력 외에는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가 별로 없다. UAE와의 양자 관계가 활성화된 상황에서 대국 미국, 인도와 함께하는 I2U2는 도약의 발판이다. 지중해에서 인도양까지 운신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된 셈이다. 당연히 이란 견제를 위한 전력의 걸프 해역 전진 배치도 구상하고 있을 것이다.

UAE 역시 걸프 해역에 갇힌 중소국의 신세를 벗어날 기회로 I2U2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미운털 박힌 라이벌 카타르가 터키와 손을 잡고 역외로 진출하는 기세가 불편했던 차다. 이스라엘의 첨단 기술과 산업 생태계, 미국의 안보 지원, 인도의 시장과 노동력을 함께 아우르면서 존재감을 높이려는 UAE의 내심이 읽힌다. 지중해 진출도 꿈꾸고 있다.

I2U2는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중동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유럽에서는 지중해 연안국 그리스와 프랑스의 참여 가능성을 타진할 계획이다. 확장성을 반영하면 지정학 그림이 그려진다. 지중해에서 홍해를 통해 아라비아해, 인도양을 거쳐 믈라카 해협으로 이어지는 해상 연계망의 굵직한 포석이다. 향후 동아시아의 쿼드와 I2U2가 각각 확장에 성공, 긴 띠가 이어지는 상상을 해보자. 인도양과 태평양, 지중해를 아우르는 그림이 된다. 세상의 전략가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상상하면서 지정학 판의 흐름을 주목하는지 I2U2 등 다양한 다자 그룹들이 보여주고 있다.

I2U2는 이제 첫발을 뗐다. 한 번의 정상회담만으로 앞으로도 순항하리라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 가지 사실은 분명히 드러냈다. 지역과 문화와 종교와 체제, 그리고 국가의 규모가 천양지차라 해도 서로의 국익이 합치되는 경우 언제든 연대하며 외교의 서사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외교의 장은 힘과 힘이 첨예하게 부딪치는 자리다. 하지만 동시에 상상력의 공간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도 이 시선과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래픽] 중동판 쿼드 4국 지도자 기고자 :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중동정치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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