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Cover Story] 코로나 특수 끝나자 누적된 문제 드러난 게임업계

    곽창렬 기자

    발행일 : 2022.09.23 / W-BIZ B7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영업이익·주가 반토막… K게임이 흔들린다

    지난 13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일대에 말과 마차가 나타났다. 마차에는 '계속되는 유저(게임이용자) 기만' '소통해라'라는 내용을 담은 플래카드가 걸렸다. 카카오게임즈가 배급한 게임 '우마무스메' 이용자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기 위해 등장시킨 것이다. 의인화된 말을 육성해 경마대회를 벌이는 이 게임은 일본 게임회사가 개발했는데, 한국판 게임은 일본판과 달리 게임 이용자에게 약 10만원 상당의 무료 재화를 덜 지급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러자 '한국 이용자들을 호구로 아느냐'는 항의가 빗발쳤다. 행사를 기획한 박대성 우마무스메 이용자 자율협의체 부매니저(27)는 "게임 이용자들도 일종의 소비자인데, 전혀 소비자로 대우받지 못하는 현실을 항의하기 위해 기획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상대로 모금했는데 1시간 만에 2000만원이 모였다"고 했다.

    최근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작년 2월 넷마블이 배급한 게임 '페이트 그랜드 오더' 이용자들은 미국·일본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와 차별, 넷마블의 소통 부족 등의 이유로 트럭 시위를 벌였다. 이를 시작으로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클로저스' 등이 운영 문제를 이유로 줄줄이 트럭 시위를 겪었다. 19일 경기도 판교 엔씨소프트 본사 앞에도 게임 운영이 불공정하다고 항의하는 트럭 10대가 등장했다.

    게임은 이른바 'K콘텐츠'의 주력 산업이다. 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해외 콘텐츠 수출액 119억2428만달러 가운데 게임이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68.7%에 이른다. 국민 10명 중 7명이 게임을 즐기고, 한국보다 인구가 많은 영국이나 독일·프랑스보다 게임 시장이 클 만큼 국민들의 '게임 사랑'도 뜨겁다.

    그런데 팬데믹을 계기로 폭풍 성장했던 K게임에 여러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 가운데 하나인 넷마블은 올해 1분기에 10년 만에 처음으로 119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2분기에는 적자 폭이 347억원으로 커졌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1분기 매출이 7903억원, 영업이익은 2442억원을 기록했는데, 2분기에는 매출(6293억원)과 영업이익(1230억원)이 1분기보다 각각 20%, 50%가량 감소했다.

    주가도 힘을 못 쓴다. 코로나 유행이 한창이던 2020년 말 엔씨소프트 주가는 93만원이었고, 2021년 초에는 100만원을 뚫어냈다. 하지만 작년 말에는 64만원으로 떨어졌고, 올해 9월에는 37만원으로 3분의 1 토막이 났다. 같은 기간 넷마블도 13만원에서 6만원대로, 컴투스는 16만원에서 8만원대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8월 상장한 크래프톤은 상장 초기 50만원에서 올해 9월에는 20만원대 초반까지 내려왔다. 한국 게임업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혁신 잃어가는 K게임

    외형상으로 보면 우리나라 게임회사들은 여전히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일본 증시에 상장돼 있는 넥슨은 2011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지 9년 만인 2020년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엔씨소프트도 6089억원에서 1조7587억원으로 매출이 두 배 넘게 늘었다. 전체 게임산업 매출 역시 2016년 10조8945억원에서 2020년 18조8855억원으로 73% 성장했다. 음악(14%)이나 방송(27%) 등 다른 콘텐츠 산업에 비해 월등하게 빠른 성장 속도다.

    하지만 전 세계 게임시장에서 K게임의 위상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은 전 세계에서 넷째로 큰 모바일게임 시장이지만, 한국산 게임은 전 세계 매출액 상위 9개 게임에 하나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중국 텐센트가 개발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중국명 화평정요)'과 '왕자영요'가 나란히 1, 2위에 올랐고, 중국 미호요(현 호요버스)가 개발한 '원신'이 3위를 차지했다. PC게임 분야에서도 한국산 게임은 스마일게이트가 2007년 출시한 FPS(1인칭 슈팅게임) '크로스파이어' 하나만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게임의 창의성과 기술력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올해의 게임상' 명단에서도 한국 게임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거대 자본력과 시장을 기반으로 한 중국산 게임의 공세가 거세다. 2014년만 해도 한국과 중국의 게임 수출액은 엇비슷했지만, 2020년에는 중국이 한국을 두 배가량 앞질렀다.

    20년째 리니지만 보인다?

    2000년대 초반 탄생한 한국 게임업체들은 당시 크지 않은 규모에도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신작을 꾸준히 만들어냈다. 이때 탄생한 게임이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리니지'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등이다. 한 게임업계 전문가는 "꿈을 가진 개발자들이 초롱초롱한 아이디어를 갖고 만들어낸 보물이었다"고 말했다. 2010년대 이후 게임 시장이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자 한국 게임회사들은 기존 PC를 기반으로 제작했던 게임을 모바일용으로 전환한 뒤 경쟁적으로 확률형 아이템을 도입했다. 게임의 특정 캐릭터나 무기 등을 정가에 판매하는 대신 '뽑기' 방식으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게임 업체가 설정한 확률에 따라 게임 이용자가 낸 금액의 가치보다 더 높거나 낮은 아이템이 나올 수 있는 구조여서 게임의 재미를 키워주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래픽] 국내 빅3 게임업체 영업이익 추이

    ▶B9면에 계속
    기고자 : 곽창렬 기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2702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