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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위해 죽기 싫어" 러시아 반전시위 물결

    파리=정철환 특파원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발행일 : 2022.09.23 / 종합 A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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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비군 30만명 동원령 반대… 38개 도시서 1300명 체포돼

    러시아 예비군 30만명에 대한 동원령을 내리고 서방에 대한 핵무기 공격 가능성까지 언급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국내외 반발·저항이 거세지고 있다. 러시아의 인권 감시 단체 오베데인포는 22일(현지 시각) 인터넷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푸틴 대통령이 발표한 동원령에 반발해 38개 도시에서 크고 작은 시위가 발생했다"며 "21일 오후 11시 기준 최소 1312명이 당국에 체포됐다"고 밝혔다.

    AFP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1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에서 각각 500명 이상이 불법 시위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시위 현장에서는 "푸틴을 위해 죽고 싶지 않다" "푸틴을 전장으로 보내라"는 등의 구호가 터져 나왔다. 러시아 제3의 도시인 노보시비르스크와 시베리아 주요 도시인 하바롭스크, 이르쿠츠크, 울란우데 등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러시아 청년 민주화 단체 베스나는 "예비군들은 전쟁 참여를 거부하라"고 호소했다. AFP 통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러시아 청년은 국외 탈출에 나섰다. 무(無)비자 입국이 가능한 튀르키예 , 아르메니아, 우즈베키스탄 등으로 가는 편도 항공권이 매진되고, 가격도 몇 배씩 뛰었다.

    항공 여행 전문 매체 에어라이브는 이날 "러시아 국방부가 항공사들에 18~65세 남성에게 비행기표를 팔지 말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국영 항공사 아에로플로트는 "정부로부터 그런 지시를 받은 바 없다"고 주장했다.

    푸틴의 측근으로 알려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의 아들 니콜라이 페스코프(32)는 "동원령 대상이 됐으니 병무청에 오라"는 러시아 반정부 유튜브 채널의 장난 전화에 "가지 않겠다"고 답해 논란이 됐다. 영국 가디언 등은 "러시아 검색 사이트 얀덱스에서 '팔 부러뜨리는 법' '징병 피하는 법' 등의 검색이 크게 늘었다"고 보도했다. 주(駐)러시아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대사관은 자국 교민에게 "러시아의 입대 권유에 응하지 말라"는 '참전 금지령'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강경 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21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벨리키 노브고로드에서 열린 러시아 건국 1160주년 기념 행사에서 "러시아는 지난 역사를 통해 잠시라도 주권을 약화하고 국익을 포기하면 존재 자체가 위협받는다는 것을 배웠다"며 "(서방의) 공갈과 협박에 굴복, 국익을 포기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도 미국 뉴욕 유엔(UN)총회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각종 무기와 군사 정보를 계속 제공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분쟁 당사자가 되기 일보 직전 상태에 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을 전쟁 상대로 보고, 직접 공격도 할 수 있다는 협박으로 해석됐다.

    국제사회의 비난 수위는 더 높아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 사람(푸틴)의 선택으로 시작된 전쟁"이라며 "푸틴 대통령이 (전쟁이 마음대로 안 풀리자) 핵무기 비확산 체제의 의무를 무시하고 공공연한 핵 위협을 한다"고 비판했다. 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일부를 합병하려 가짜 주민 투표마저 꾸미고 있다"며 "(푸틴은) 뻔뻔하게 유엔 헌장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푸틴 대통령의 결정(부분 동원령)은 러시아를 더욱 고립시킬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푸틴 대통령에게 가하는 압박을 최대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푸틴 대통령이 무모하고 위험한 핵 수사(rhetoric)를 남발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침공이 그의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러시아 편을 들던 국가들도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앞서 15일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의문과 우려'를 전했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금은 전쟁의 시대가 아니다"라며 러시아의 즉각적 전쟁 중단을 촉구했다. 북한도 22일 국방성 장비총국 부총국장 명의로 "러시아에 무기나 탄약을 수출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다. "러시아가 북한에 무기 판매 의사를 타진했으며, 포탄과 로켓 등 수백만 발의 탄약이 거래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난 6일 미국 정부 발표를 부인한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의 행태에 대해 "그는 우크라이나를 피바다 속에 익사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푸틴이 핵무기를 쓰리라 믿지 않지만, 우리가 그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의 측근인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고문도 "푸틴 측근들의 판단력이 매우 빈약한 상태"라며 "러시아가 핵을 쓰려는 즉시 서방 핵보유국들이 신속한 보복 핵 공격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해야 러시아의 오판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푸틴의 핵 위협은) 누군가가 수류탄에서 핀을 뽑은 채 거리를 활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와 무기 지원에 돌입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27명의 EU 외무장관이 비공식 회의를 갖고, 러시아에 대한 추가적인 제재 추진과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확대에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기고자 : 파리=정철환 특파원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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