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금리 선택 '5가지 변수' 대해부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얼마 전 서울 행당동에 아파트를 사기 위한 계약을 하고 주택담보대출을 알아보는 중이다. 3억원 정도 대출을 받을 예정인 김씨는 잔금일을 열흘 앞둔 지금까지도 고정과 변동금리 중 어떤 금리가 나을지 결정을 못 하고 있다. 김씨는 "여러 사람 말이 다 다르다. 집 고를 때보다 갈등이 된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방어를 위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대출 금리가 계속 올라가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거나 받을 예정인 소비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고정금리 대출보다 금리가 낮은 변동금리로 받으려니 앞으로 올라갈지 모르는 금리가 겁나고, 고정금리를 택하자니 당장 더 내야 할 이자가 아깝게 느껴져서다. 한국 가계대출의 변동금리 비율은 잔액 기준 78%(7월 기준)로 8년 4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라가 있다. 금리가 계속 오른다는데 변동금리 대출을 그냥 두어도 괜찮을까. 이미 받은 대출도 점검이 필요한 시점 아닐까. 전문가들에게 주택대출 전략 수립에 필요한 변수들을 물었다.

Q1. 왜 변동금리는 거의 항상 고정보다 낮은가

변동금리 대출 금리는 대체로 고정금리보다 낮게 설정돼 있다. 많은 대출자가 고정보다는 변동금리를 고르는 이유다. 드문 경우를 제외하면 대체로 변동금리는 고정금리보다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아지기를 기다려 대출을 받거나 갈아타려는 전략은 유용하지 않다는 뜻이다.

매월 금리가 바뀌는 변동금리와 달리 고정금리는 대출 만기까지 같은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 은행 입장에선 대출 기간이 길어질수록 대출 부도 등 여러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금리를 높게 설정할 수밖에 없다.

Q2.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무조건 변동금리 대출이 불리한가

원칙적으론 그렇다. 다만 한은의 기준금리와 시장의 대출 금리가 오르는 시점의 전후 관계는 그때그때 차이가 있다. 시장 금리가 기준금리를 '올릴 것 같다'라는 기대감만으로도 움직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준금리와 대출 금리의 변동 폭이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방향성은 대체로 비슷하게 가는 경향이 있다.

Q3. 예전에 받은 변동금리 대출, 지금이라도 고정으로 바꿔야 하나.

대부분 은행은 현재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바꿀 경우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관건은 미래의 움직임이다. 은행에서 고정금리 대출에 대해 책정하는 금리가 변동금리보다 지나치게 높다면, 바로 갈아타지 않는 것이 유리할 수는 있다. 정성진 국민은행 강남스타 PB센터 부센터장은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0.5%포인트 이상 높다면 일단은 변동금리를 유지하는 편이 낫다"며 "이후 한은의 금리 인상 속도를 보며 갈아타도 그동안 아낀 이자분을 고려하면 이익일 수 있다"고 했다. 원금을 함께 상환 중이라면 기간이 지날수록 이자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자 부담이 큰) '지금 당장의 금리'가 낮은 것이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최근 시장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이자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Q4. 앞으로 대출 금리는 얼마나 오를까

변수가 너무 많아 정확한 예측은 어려워진 상황이다. 다만 여러 전문가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에서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이어진 긴 저금리 환경이 다소 특수했기 때문에 금리가 중장기적으론 지금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지난 24년 동안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연 4% 아래였던 적은 2014년 6월부터 지난 3월까지, 8년 정도에 불과했다.

오경석 신한은행 신한PWM 태평로센터 팀장은 "금리가 더 올라간다고 판단했고 현재 사용하는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차이가 크지 않아 고정금리로 갈아타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하루라도 빨리 바꾸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중도상환 수수료가 없어지는 3년 후에 다시 변동금리를 고려해도 늦지 않는다"고 말했다. 1년 전 시중은행의 변동금리 주택대출 금리는 최저 2.62%, 고정금리는 2.92%였다. 현재 변동금리는 최저 4.09%이기 때문에 만약 지난해에 고정금리로 바꿨다면 금리가 1.17%포인트 낮아진 셈이 된다. 고정을 변동금리로 바꾸면 대출일부터 3년이 될 때까지 서서히 중도상환 수수료가 줄어들어 3년이 되면 사라진다.

Q5. 정부가 내놓은 '안심전환대출'은

안심전환대출은 집값 4억원 이하 등 몇몇 조건을 충족하면 주택담보대출을 2억5000만원까지 고정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정책성 상품이다. 금리가 최저 연 3.8%(청년층은 3.7%)로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고 중도상환 수수료는 없다. 은행 및 주택금융공사에서 30일까지 1차분 신청을 받고 있는데 계획했던 규모(올해 25조원어치)만큼 대출이 나가지 않으면 조건이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안심전환대출을 받았다가 은행 대출로 다시 갈아타도 중도상환 수수료는 안 내도 된다.

[그래픽]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기고자 : 김신영 기자
본문자수 : 2495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