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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The Column] 태양광 비리 척결은 기후변화 대응책이다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발행일 : 2022.09.20 / 여론/독자 A3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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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뉴욕타임스는 "유럽이 에너지를 위해 원시림을 희생하고 있다"는 제목의 탐사 보도 기사를 내보냈다. 서유럽 국가들은 각자 일정량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할당해놓은 상태다. 문제는 태양광이나 풍력으로는 그것을 채우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그래서 그들은 나무를 베어 만든 연료인 목재 펠릿을 이용한 화력발전 역시 신재생에너지로 간주하고 있다. 어딘가에서 멀쩡히 잘 살아 있는 나무를 베어 화력발전소에 집어넣고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늘었다고 좋아한다는 소리다.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등에서 수천 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원시림이 그런 이유로 사라지고 있다.

    지난 12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이 베이징 인근에 대규모로 건설 중인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해 우려의 뜻을 표하는 사설을 실었다. 전기차 운행 등으로 전력 수요가 늘어날 것이 예상돼, 중국 정부는 베이징 주변에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기로 했다. 문제는 그 양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국내 최대 규모인 태안발전본부의 총용량은 6100㎿(메가와트)인데 그걸 100개 모아도 60GW(기가와트)에 불과하다는 점을 떠올려 보자. 중국의 계획은 100GW 규모로 건설하는 것이다. 베이징 인근에 태안발전본부 같은 시설이 160개 넘게 세워지는 셈이다.

    이것은 실로 엄청난 일이다. 미국의 전체 발전 용량이 1147GW 내외다. 갑자기 100GW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가 등장한다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모든 나라의 탄소 배출 저감 노력은 의미가 없다. 지구 전체를 놓고 보면 탄소 배출이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중국의 동쪽에 있는 우리 처지에서 보면 한층 더 끔찍하다. 에너지 소비량이 늘어나는 가을과 겨울, 한반도에는 주로 서풍 아니면 북풍이 분다. 앞으로 상상해본 적도 없는 공기 질을 감당하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개별적 보도 내용뿐 아니라 그것을 전하는 태도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환경과 에너지에 대한 주요 언론의 보도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불과 5년, 아니 작년까지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 진보 성향 독자들을 노리는 뉴욕타임스는 신재생에너지의 장밋빛 미래를 전달하기 바빴다. 보수적이거나 정치색이 뚜렷하지 않더라도 '돈 되는 정보'를 원하는 독자들을 붙잡아둬야 하는 월스트리트저널은 신재생에너지 문제를 투자자 시선에서 다루는 편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미국을 대표하는 양대 언론이 에너지와 환경 문제에 대해 이전과는 퍽 다른 태도로 접근하고 있다.

    변화의 원인은 분명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 공급을 차단하느니 마느니 하면서 푸틴은 세계를 협박했다. 전쟁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에너지 가격이 요동치고 물가가 치솟았다. 그러한 경제적 상황으로 형성된 국민 불만 여론은 정치권에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은 세끼 밥을 먹어야 하고 너무 더우면 냉방을, 추우면 난방을 해야 한다는, 평화와 풍요의 시대에 잊고 살 수 있었던 '팩트'가 미국과 유럽의 시민들 눈앞에 갑자기 등장한 것이다.

    우리의 현실로 돌아와 보자.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사업 비리 의혹에 대해 사법 처리 가능성을 언급하자 민주당은 크게 반발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그날 오후 국회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태양광 사업 비리에 대해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며 "윤 대통령은 여전히 검찰총장"이라는 날 선 반응을 보인 것이다. "윤 대통령이 또다시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불법으로 못 박아서 사정의 칼날을 휘두르려 한다"는 반발이다.

    과연 그럴까? 백번 양보해서 그 속에 불법적 행위가 전혀 없었고 선한 의지에 기반하여 추진한 것이라 하더라도,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현실과 동떨어진 망상에 가까웠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과 함께 '에너지 리얼리티의 역습'이 벌어지기 전까지나 통했던 녹색 판타지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라는 심각한 주제로 대중을 현혹하는 자들이 누군지, 그것을 돈벌이 기회로 삼는 자들이 어떤 무리수를 두고 있었는지, 뚜렷하게 밝혀내고 죄가 있다면 빠짐없이 엄벌해야 한다. 그것은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기후변화 대응이기도 할 것이다.
    기고자 :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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