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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18번홀에 서면… 1m가 10m보다 멀어보일수 있다

    최수현 기자

    발행일 : 2022.09.20 / 스포츠 A29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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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판 뒤집은 호마

    맥스 호마(32·미국)는 마지막 18번 홀(파5·576야드) 두 번째 샷을 그린 주변 벙커에 빠뜨렸다. 호마보다 1타 앞선 대니 윌릿(35·잉글랜드)은 세 번째 샷을 홀 1m에 바짝 붙였다. 호마의 세 번째 샷인 벙커샷은 그린에 올라가지 못하고 홀 10m 거리에 떨어졌다. 이제 게임은 다 끝난 것일까?

    진짜 게임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1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버라도 리조트(파72·7123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022-2023시즌 개막전 포티넷 챔피언십(총상금 800만달러) 4라운드에서 호마가 마지막 홀 대역전극을 펼치며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최종 합계 16언더파 272타를 친 호마는 윌릿(15언더파)을 1타 차로 꺾고 투어 통산 5번째 우승과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상금은 144만달러(약 20억원)다.

    호마는 이날 한때 3타 차 단독 선두를 달린 윌릿을 끝까지 추격했다. 18번 홀에 들어설 때 1타 차로 따라잡았다. 마지막 홀에서 호마의 세컨드샷이 벙커에 빠지고, 윌릿이 버디 퍼트를 넣을 것이 확실해 보이자 호마는 "영웅적인 벙커샷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종일 비가 내려 젖은 모래에서 친 벙커샷은 너무 짧았지만,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홀까지 10m 떨어진 지점에서 호마는 최대한 스핀을 걸어 칩샷을 했다. 공은 그린 위로 올라가 통통 튀어 홀 안으로 쏙 들어갔다. 호마는 캐디와 격렬한 하이파이브를 했고, 홀 안에서 공을 꺼내 들었다. 경쟁자의 기적 같은 칩인버디 장면을 지켜보던 윌릿은 껌을 씹으며 씩 웃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울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이제 윌릿은 버디 퍼트를 넣어야 우승이고, 투 퍼트로 파를 기록하면 연장전에 끌려갈 상황이 됐다. 그래도 여전히 윌릿의 우승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였다. 남은 버디 퍼트 길이가 1m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심리적으로 타격을 받은 윌릿은 퍼트를 너무 세게 쳤고, 공은 홀 왼쪽 가장자리를 살짝 스치며 휘어 아까보다 약간 더 긴 1.4m 거리에서 멈췄다. 윌릿의 그다음 파 퍼트는 브레이크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너무 똑바로 치는 바람에 홀을 맞고 튀어나왔다. 결국 1m 거리에서 3퍼트를 한 윌릿은 이 홀 보기를 기록해 호마에게 1타 차로 우승을 내줬다.

    호마는 우승을 확정 짓고 나서도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며 "경기 마지막 3분가량의 기억이 흐릿하다"고 했다. "골프는 기묘한 게임"이라며 "마지막 홀에서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진다"고 했다. 윌릿은 "호마가 그 칩샷을 넣을 수 있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정말로 그 일이 벌어졌을 때 약간 충격받았다"며 "마지막 짧은 퍼트 몇 개를 놓쳤을 뿐 나는 이번 주 내내 경기를 아주 잘했다"고 했다. 2016년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 우승 이후 PGA 투어 우승을 추가하지 못한 윌릿은 "실망스러운 결말이지만, 굴하지 않고 계속 분발하겠다"고 했다.

    호마는 오는 23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개막하는 미국팀과 세계연합팀(유럽 제외)의 대항전 프레지던츠컵에 출전하기 위해 출산을 한 달여 앞둔 아내와 함께 곧바로 비행기에 올랐다. 지난 시즌 2부 투어로 내려갔다가 이번 대회에서 1부 투어 복귀전을 치른 안병훈(31)이 공동 4위(12언더파)였다.

    [그래픽] 18번홀(파5·576야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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