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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바둑] 40세 조한승, "내 바둑인생 이제부터 시작"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발행일 : 2022.09.20 / 사람 A2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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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출전한 지지옥션배 주장 맡아

    영웅이 새 역사를 만든다. 지난 6일 끝난 제16회 지지옥션배의 영웅은 단연 조한승(40) 9단이었다. 신사팀(만 40세 이상 남성)의 막내 겸 신입생인 그는 막판 혼자 숙녀팀의 막강 트리오를 연파, 시니어 팀에 3년 만의 우승을 선사했다. 3승 중 2승이 반집승이었다. 아직 시니어 편입은 이르다며 출전을 고사하다 와일드카드로 이뤄낸 드라마여서 더 화제가 됐다. 불혹에 제2 전성기를 맞은 조한승을 만났다.

    ―요즘 여자 기사들 사이에서 공적(公敵)이 됐던데.

    "(웃음) 대회 기간 농담조 견제가 많았던 건 사실이다. 김채영은 '조 사범님 나오면 반칙'이라고 했고, 김채영을 꺾자 김윤영은 '살살 두세요'라고 엄포를 놓더라."

    ―김채영이 5연승하고 신사팀에 조 9단 혼자 남았을 때는 숙녀팀 4연패(連覇)가 결정됐다는 분위기였다.

    "당시 김채영은 절정에 올라 있었다. 신진서 9단이 숙녀팀의 승리를 예상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편해진 덕을 본 것 같다. 오유진전은 숱한 기회를 놓쳐 지는 흐름이었는데 행운의 반집을 남겼다."

    ―106개월 연속 여자 랭킹 1위 최정과 치른 최종전도 반집승이었다.

    "최정 사범은 24위로 나(33위)보다 랭킹이 높다. 압박감이 나보다 컸던 것 같다. 2017년 루양배 국제페어대회에 함께 출전해 우승하는 등 친한 사이다."

    ―신사 숙녀 12대12 연승전에 처음 출전한 소감은?

    "그토록 선수들이 결속한 대회는 처음이다. 숙녀팀은 우리보다 더 똘똘 뭉쳤다더라. 국가 대항전인 농심배도 몇 번 나가봤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신사팀이 우승한 날 밤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일대가 들썩였다는 게 사실인가?

    "하하. 그 정도는 아니었고…. 신사팀 선수 최명훈 양건 한종진 등 선배 기사들이 강남에 있다가 넘어와 새벽 1시까지 2시간쯤 맥주 파티를 벌였다. 부산서 활동 중인 강지성 9단은 'KTX 타고 올라가겠다'고 하더니 결국 못 왔다."

    ―우승팀에 1억2000만원, 지는 팀에는 한 푼도 없지 않은가. 상금의 힘이 역시 무섭다(웃음). 조 9단의 수입 내역이 궁금한데.

    "올해부터는 단순 N등분하지 않고 일단 1000만원을 공헌 상금으로 배분했다. 나는 골인(우승 결정) 수당 300만원, 연승 상금 200만원, 대국료 및 승리 수당 각 150만원 합해 800만원, 그리고 1억1000만원의 12분의 1을 합해 약 1700만원쯤 된다. 밥 살 곳이 많아 큰 폭의 적자가 불가피하다."

    ―82년생 11월생으로 만 40세에 몇 달 모자란다. 부정 선수 아닌가?

    "82년생부터 출전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사실 시니어 선수로 뛰는 게 너무 이른 것 같아 예선 출전 신청을 안 했는데 주변 분들의 설득에 마음을 바꾼 것이 뜻밖의 호사로 이어졌다."

    ―올해 국제 대회인 LG배에도 9년 만에 올라갔다. 마흔이 넘어서도 펄펄 나는 비결이 뭔가.

    "나는 바둑계에서 가장 공부 안 하는 기사로 유명한데, 상대의 방심을 유발하는 게 비결인 것 같다(웃음). 요즘엔 그래도 중요 대국이 다가오면 상대 기사의 포석 분석 등 맞춤식 공부는 조금 한다. AI(인공지능)에도 재미를 붙였다."

    ―앞으로 목표는?

    "3년 전쯤까지만 해도 여성이나 어린 기사들과는 간격이 좀 있다고 봤는데 요즘은 전혀 아니다. 무섭다. 하지만 긴장 늦추지 않고 열심히 두면 아직 몇 년은 버틸 자신이 있다. 지지옥션배 2연패와, 국제 대회에 한 번 더 올라 8강까지 진출하는 것이 당면 목표다."
    기고자 :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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