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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연기해 보고 알았다, 아내 말은 '진리'라는 걸

    박돈규 기자

    발행일 : 2022.09.20 / 문화 A1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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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불량 남편·보모 1인 2역 정성화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는 폭소가 흥건하다.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에 웃음 포인트가 약 60번이나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혼당한 남편이 할머니(보모)로 위장해 가족을 돌보며 이중 생활을 하는 코미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고산 등반만큼 험난하고 미끄럽다.

    "불량 아빠요? 저는 절대 아녜요. 좋은 남편인지는 확신이 없습니다. 하하. 이 공연에서 여자를 연기하다 보니 남편들이 집에서 생각하는 역할과 아내들이 기대하는 역할이 동상이몽처럼 다르더라고요."

    배우 정성화(47)는 요즘 '미세스 다웃파이어'에서 불량한 남편 다니엘과 다재다능한 할머니 다웃파이어를 왕복하고 있다. 1인 2역인데 급할 때는 8초 안에 변신해야 한다. 1993년 개그맨으로 데뷔해 '틴틴파이브', 드라마 '카이스트'로 잠깐 떴지만 덜컹거렸던 인생. 뮤지컬로 건너가 톱스타가 된 그를 지난 15일 서울 압구정동에서 만났다.

    ―영화가 원작으로 뮤지컬은 이번이 국내 초연인데.

    "브로드웨이 최신작인데 원맨쇼라고 할 만큼 주인공의 비중이 커요. 고난도 탭댄스도 익히고 다른 작품보다 두 배 길게 연습했습니다. 노래 실력을 뽐낼 수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도전할 가치가 있는 배역이라 끌렸어요."

    ―여장 남자를 연기한 경험이 많지요?

    "'거미여인의 키스' '라카지' '킹키부츠'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인데 할머니는 처음입니다. 좀 투박하고 남자 목소리가 나는 할머니. 관객은 다웃파이어가 다니엘이라는 게 들통나면 어쩌나, 쫄깃한 마음으로 보게 되지요."

    ―오늘의 주제는 '불량 남편'인데 아까 동상이몽이란 무슨 뜻인가요.

    "예를 들어 볼게요. 남편이 고추장 묻은 플라스틱을 분리배출하자 아내가 '그거 하나 제대로 못 하냐'고 나무랍니다. 남편은 황당해요. '이게 화를 낼 일이야?' 소리가 나옵니다. 그런데 여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게 아녜요. 사실 그동안 뭔가 쌓여 있었고 분리배출 실수는 방아쇠가 됐을 뿐입니다. 이해 되죠?"

    ―아차, 그렇군요.

    "다니엘은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아빠예요. 하지만 좋은 남편은 아니었던 거죠. 2막에서 아내 미란다가 다웃파이어에게 말합니다. '다니엘과 사는 동안 늘 외로웠다'고. 준비하면서 제일 많이 배운 사람은 정성화예요."

    ―네?

    "밤마다 공연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아내를 제대로 관찰하지 못했거든요. 삶의 묵직한 철학이 담긴 '맨 오브 라만차' '레 미제라블'도 훌륭하지만 '미세스 다웃파이어'도 좋은 작품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 생활에 발을 붙이고 있고 쓸모가 있으니까요."

    ―1인 2역이 버겁지는 않습니까.

    "직전에 '젠틀맨스 가이드'에 출연했는데 1인 9역이었어요. 하하. 그런데 이 작품이 더 어려워요. 다니엘에서 다웃파이어로, 또는 정반대로 퀵체인지(변신)하는 게 총 18번입니다. 정성화 코미디 인생의 총망라 버전인데, 무대에서 화닥닥 셀프로 가면 쓰고 갈아입을 땐 아슬아슬해요. 다웃파이어는 윤여정·김수미 선생님을 합친 말투와 행동으로 창조했어요(웃음)."

    ―불량 남편들을 위한 조언이라면.

    "아내의 말을 잘 듣고 공감해주는 거예요. 쉬울 것 같지만 굉장히 어려워요. 다웃파이어가 어떻게 미란다에게 고용됐는지 아시나요? 들어주고 공감해줬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진리예요!"

    공연은 11월 6일까지. 정성화·임창정·양준모가 다니엘을 나눠 맡는다. 정성화는 12월에 1909년의 하얼빈으로 간다. 뮤지컬 '영웅'의 주인공 안중근. 정말로 기대되는 퀵체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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