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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벤 1분에 한번씩 96번(여왕의 나이) 종 울려… "여왕의 모든 임무가 끝났다"

    런던=정철환 특파원

    발행일 : 2022.09.20 / 통판 A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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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바이 퀸 엘리자베스" 열흘의 장례 마무리

    19일 오전 10시 44분(현지 시각)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홀 앞.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이 실려 나오자 운집해 있던 런던 시민들이 일제히 낮은 탄식을 토해냈다. 아이를 자신의 어깨 위에 태운 한 아버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지금이 여왕을 직접 볼 수 있는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훈장을 주렁주렁 단 노병들은 인파 속에서 여왕을 향한 마지막 경례를 올렸다. 런던의 상징 빅벤(Big Ben)은 1분마다 한 번씩, 여왕의 나이를 상징하는 총 96번의 종을 울렸다.

    지난 8일 여왕 서거로부터 11일이 지난 이날 여왕을 영영 떠나보내는 영국인들은 슬픔을 꾹꾹 억눌렀다. 캐서린(50)과 에밀리(26) 모녀도 붉어진 눈가를 연신 훔치며 차분하게 여왕의 운구 행렬을 기다렸다. 캐서린은 "여왕은 내가 태어난 이후 지금까지 항상 그 자리에 있었고, 어떤 변화에도 흔들림 없는 존재였다"며 "그가 없는 영국은 상상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버킹엄궁을 지나 하이드파크 입구의 웰링턴 아치까지 이어지는 2㎞가 채 안 되는 거리엔 시민 100만명이 쏟아져 나왔다. 인파 속에 한번 휩쓸리면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하지만 누구도 짜증을 내지 않았다. 오전 11시 장례 예배가 시작되자 이들은 일제히 대형 스크린과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중계되는 예배를 숨죽이고 지켜봤다. 찰스 3세와 윌리엄 왕세자 부자, 왕실 가족들이 예배당 맨 앞줄에 자리를 잡았고, 각국 정상과 해외 왕족이 뒷줄에 섞여 앉았다. 왕실 가족의 모습이 화면에 비치자 몇몇 시민은 "축복이 있기를" 하고 외쳤다.

    오전 11시 55분, 장례 예배의 끝을 알리는 나팔수 4명의 나팔 소리와 함께 영국 전역에서 2분간 묵념이 이어졌다. 곧이어 "신이여 왕을 보호하소서"라고 개사된 영국 국가와 애절한 백파이프 연주가 울려 퍼졌다. 여왕의 관은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나와 포차에 실렸다. 군악대가 운구 행렬을 이끌고, 왕실 근위대가 호위에 나섰다. 5m 간격 8열 종대로 늘어선 해군 장병 142명이 줄 4개를 붙잡고 포차를 끌었다. 그 뒤를 찰스 3세와 윌리엄 왕세자, 해리 왕자 등 왕실 가족이 걸었다. 운구 행렬이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떠나 웰링턴 아치를 향하는 동안, 도로 양쪽에 운집한 시민들이 꽃을 던지고 두 손 모아 기도하며 여왕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운구 행렬은 오후 1시쯤 웰링턴 아치에 도착했다. 여왕의 관은 이곳에서 운구차로 옮겨져 서쪽으로 약 30㎞ 떨어진 윈저성을 향해 출발했다. 운구차가 지나가는 길목에도 수많은 시민이 나왔다. 여왕의 관이 지나갈 때 환호로 감사를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운구차는 오후 3시쯤 윈저성 근처 약 5㎞ 지점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윈저성까지 '롱 워크' 길을 따라 마지막 운구 행렬이 이어졌다. 이곳에도 수만 명이 모였다. 지난 11일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에든버러를 지나 런던 버킹엄궁에 도착한 뒤, 다시 웨스트민스터 홀과 사원을 거쳐 윈저성에 이르는 장장 9일간 약 1000㎞에 걸친 여정이었다.

    오후 4시 윈저성 내 성 조지 예배당에서 장사 예배가 치러졌다. 여왕의 유언으로 이곳에서도 백파이프 연주가 울려 퍼졌다. 예배의 끝에 군주를 상징하는 왕관과 홀(笏·sceptre), 보주(寶珠·Orb) 등을 내린 뒤, 찰스 3세가 관 위에 근위대의 기를 올렸다. 이어서 여왕의 의전장이 지팡이를 부러뜨려 올리는 것으로 여왕을 위한 복무가 끝났음을 알렸다. 오후 7시 30분 여왕의 관은 예배당 지하 묘당으로 내려졌다. 영국 언론들은 이날 여왕의 장례식을 전 세계 약 40억명이 지켜본 것으로 추정했다. 영국 BBC는 "지난 수십 년간 유례가 없었던 세기의 장례식이었다"며 "이로써 여왕의 임무도 모두 끝났다"고 전했다.

    [그래픽] 운구 이동 경로
    기고자 : 런던=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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