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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 까다로워 대출자 시큰둥… 애써 상품 준비한 은행들만 머쓱

정부가 금리 상승기에 서민·실수요 1주택자들의 대출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내놓은 대출 상품들이 별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18일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기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주금공의 최저 연 3.7% 장기·고정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 신청 건수는 접수 첫날인 지난 15일 전국적으로 2406건(금액 2386억원)에 그쳤다. 접수 첫날인 데다 출생 연도별 5부제 신청이란 점을 감안하더라도 시장의 반응이 너무 미지근하다는 평가다. 신청이 폭주할 것에 대비해 영업점 근무 인력을 늘리는 등 분주했던 은행권은 머쓱해졌다. 연 4.06~6.33% 수준인 시중은행 주택대출(변동형)을 3% 후반 고정금리로 대환할 수 있는데도 대출자들의 관심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시가 4억 이하 주택 대상… "현실성 없는 기준"

금융권에서는 안심전환대출 신청 기준이 너무 까다롭다는 점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다. 안심전환대출은 시가 4억원 이하인 1주택자이면서 부부 합산소득이 7000만원 이하여야 신청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기준이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비판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5일 기준, 서울에서 시가 4억원 이하인 아파트는 1.2%(1만4124가구)에 불과하다. 4억원으로 주택 가격을 묶어놓은 탓에 지방을 제외한 서울·수도권에선 사실상 신청이 불가능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6200만원, 수도권 아파트 중위가격은 6억2100만원이다. 금융 당국은 올해 25조원 규모로 서민 우대형 안심전환대출을 우선 공급한 뒤 내년에 주택 가격 상한을 높인 일반형 안심전환대출 20조원을 추가로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장기·고정금리에 대한 선호가 떨어지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한 회사원은 "이미 금리가 오를 만큼 올라 내년 초쯤에는 내려갈 수도 있어 보이는데, 이 시점에서 3%대 후반 10~30년 고정금리 상품은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2%대 저금리 시대를 경험한 젊은층은 안심전환대출 금리도 높다고 여길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올 들어 지속적으로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지만 변동금리 비율은 줄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신규 취급액 기준 변동금리 대출 비율은 82.2%로 전월보다 0.6%포인트 더 늘었다. 고정금리를 택하면 향후 금리 인상 충격에 대비할 수 있는데도, 당장은 금리가 싼 변동금리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금리 상한 폭 제한하는 대출도 외면

연간 대출금리 상한 폭을 일정 수준으로 묶어놓은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 상품도 신청 열기가 저조하기는 마찬가지다. 금융 당국이 원래 연 0.75%포인트였던 연간 금리 상승 제한 폭을 지난 7월부터 0.45%포인트까지 낮추고, 특약 가입비 성격의 가산금리(0.15~0.2%포인트)도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등 인센티브를 강화했는데도 판매가 부진하다.

상품 구조가 개편된 지난 7월부터 9월 16일까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판매된 금리상한형 주택대출 상품은 583건, 금액으로는 872억4900만원에 불과하다. 522조원대로 추정되는 전체 변동금리 가계대출 잔액을 감안하면 신청이 저조하다는 평가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리상한 특약은 일종의 금리 인상 위험을 방어하는 '보험' 성격인데, 상당수 대출자가 금리 인상이 정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고 다소 관망하는 것 같다"며 "미국 연준이 이달에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 확실시되는 등 연말까지는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이라 이런 특약으로 금리 인상에 대비해두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래픽] 안심전환대출 접수 첫날 신청 현황 / 까다로운 안심전환 대출 신청 기준 기고자 :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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