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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고발 요청 기한 6→3개월로 단축 추진 놓고 이견

공정거래위원회가 의무고발 요청 기한을 3개월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의무고발 요청 제도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있는 기업에 대해 중기부와 조달청 등 관련 부처들이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가 반드시 검찰에 고발해야 하는 제도다. 그런데 공정위 제재가 끝나고 한참 뒤늦은 시점에 다른 부처들이 의무고발을 요청하는 경우가 발생해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18일 관련 부처들에 따르면, 공정위는 의무고발 요청 기한을 '공정위 제재가 끝난 뒤 3개월 이내'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공정위·중기부·조달청이 의무고발 요청 기한을 6개월로 하기로 기관 간 협약을 맺은 상태인데 이를 더 줄이겠다는 것이다. 앞서 공정위는 작년 중기부와 기한을 3개월로 줄이는 방안을 타진했으나, 대선과 정권 교체 등으로 논의가 중단됐다.

◇공정위 끝나도 중기부… 불안한 기업들

의무고발 요청 기한을 단축하려는 것은 6개월을 넘긴 '뒷북' 고발 요청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부동산 매물 정보 제공 업체와 계약하면서 경쟁 업체와는 거래하지 못하도록 한 사건의 경우, 공정위가 작년 1월 20일 과징금 제재를 의결한 지 약 10개월 만인 작년 11월 16일 고발 요청 결정이 나왔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생명보험의 부당 내부 거래 사건과 대우조선해양의 하도급법 위반 사건에 대한 고발 요청도 공정위가 제재를 확정한 날로부터 각각 10개월, 9개월 뒤에 이뤄졌다.

이에 대해 한 대기업 법무팀 관계자는 "의무고발 요청제 자체가 '법적 안정성'을 떨어뜨린다"며 "공정위 조사만으로도 부담스러운데 공정위 조사를 넘겨도 의무고발이 언제 치고 들어올지 모르니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기부는 반대 기류

중기부는 "현행 기한인 6개월도 충분하지 않다"며 기한 단축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공정위가 제재를 하더라도 판결문에 해당하는 심의 의결서가 한두 달 뒤에 나오는 경우가 다반사인 데다 복잡한 사건의 경우 몇 개월 내에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다.

중기부 관계자는 "중기부는 법리 검토를 따로 하는 게 아니라 공정위가 결정한 '형량'이 피해 정도에 비춰 적정한지만 판단한다"며 "공정위가 제재를 내린 뒤 중소기업 피해 관련 자료를 주지 않는데 이것만 받아도 의무고발 검토 기간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공정위 측에서는 조사 자료에 기업 비밀 등도 담겨 있어 이를 그대로 타 부처에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조사 자료는 사실상 수사 자료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또 공정위 조사는 기업의 위법성 여부에 집중하므로 중소기업의 피해 정도를 따지는 중기부와는 애초에 관심사가 다르다는 문제가 있다.

조달청은 유보적인 입장이다. 조달청 관계자는 "아직 공정위로부터 정식 제안이 온 것은 없고, 제안이 온다면 논의해 볼 것"이라고 했다.

근본적으로 의무고발 제도 시한을 기관 간 협약 수준으로 느슨하게 운영하는 것이 문제라는 주장도 나온다. 현행 6개월도 잘 지켜지지 않는데 3개월로 줄인다 하더라도 지켜질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법으로 기한을 못 박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일단 기관 간 협약을 잘 지켜 이를 정착시키는 데 주력한 뒤, 정착이 잘 안 된다는 판단이 설 때 법제화를 논의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들의 의무고발 요청이 빗발치는 것도 논의를 어렵게 만드는 변수다. 중기부 관계자는 "일선 현장으로부터 고발을 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친다"며 "실제로 현장으로부터 요청이 오는 것 중 의무고발을 행사하는 것은 10%가 채 안 된다"고 했다.

☞의무고발 요청제도

공정거래법 위반과 관련해 검찰에 고발할 수 있는 권한(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위원회만 갖고 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14년부터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는 경우 중소벤처기업부, 조달청, 검찰 등이 고발을 요청할 수 있는 제도다. 이 기관들이 고발을 요구하면 공정위는 검찰에 의무적으로 고발해야 한다.

[표] 중기부가 공정위 처분 6개월 뒤 의무고발을 요청한 사례 기고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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