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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집시법 사각지대 없앤다

경찰이 주택가 인근에서 주민들 일상생활에 피해를 줄 정도의 심한 소음을 내는 집회·시위를 적극 제한하고 그런 조치를 따르지 않을 경우 형사 처벌도 가능하도록 '집시법' 개정을 추진한다. 현행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경찰이 소음을 근거로 집회·시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게 하는 규정, '소음을 낮추고 욕설이나 장송곡을 틀지 마라'는 등의 경찰 제재를 어기면 처벌할 수 있는 규정 등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집시법은 소음과 관련해 최고·평균 소음 기준을 위반할 때만 처벌할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최근 전국 곳곳의 집회·시위 현장에서는 소음 기준을 회피하는 각종 편법이 잇따라 이 규정이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특히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욕설 섞인 구호를 외치거나 장송곡을 트는 경우도 많은데 소음 기준만 지키면 이를 막을 뾰족한 방안이 없는 상태다.

1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지난 8월 말 특별팀을 꾸려 현행 집시법의 사각지대를 분석해 왔으며 최근 그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미 국회에 23건의 집시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어 이를 바탕으로 조만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에서부터 의원들과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경찰은 경남 양산의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서울 서초구 윤석열 대통령 사저, 용산 대통령실 인근 주거 지역 등의 사례도 연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우선 집시법 8조를 고치겠다는 것인데, 이 조항은 어떤 경우에 집회·시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지를 규정하고 있다. 현행 집시법 8조 5항의 경우, '주거 지역 등에서 사생활의 평온(平穩)을 뚜렷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집회·시위를 금지·제한할 수 있게 돼 있다. 경찰은 이 조항을 '소음 등으로 사생활의 평온을 뚜렷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로 구체화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또 집시법 22조에 이 조항을 위반했을 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집시법이 개정되면 경찰이 '사생활 평온 침해'를 이유로 주택가 인근의 '소음 집회'를 제한할 권한이 커지게 된다. 지금 집시법으로는 집회·시위 시간이나 규모, 방법 등에 대한 경찰의 제한 조치를 시위대가 따르지 않아도 별다른 불이익을 받지 않는데, 처벌 규정이 생기면 상황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주택가나 학교 근처에서 아슬아슬하게 소음 기준을 지키면서 장송곡이나 심한 욕설을 녹음해 트는 경우에 지금 경찰이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경고'밖에 없는데 이를 지키지 않아도 처벌 규정이 없어서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며 "법 개정이 되면 경찰 조치를 따르지 않았을 때 심한 경우 현행범 체포도 가능해진다"고 했다.

경찰은 또 집시법 시행령도 개정해 집회·시위 현장에서의 소음 단속 기준을 더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소음 기준에 따르면 주거지와 학교, 공공도서관 근처의 경우 낮 기준 평균 65dB(데시벨) 이하다. 현재 집회·시위 현장에서 10분 동안 소음을 재서 평균을 측정하는데, 시행령을 고쳐 앞으로는 이 시간을 5분으로 줄일 방침이다. 시위에서 1분 동안 극도로 큰 소음을 낸 뒤 나머지는 9분은 조용히 하는 수법으로 평균 소음을 떨어뜨리는 수법을 쓰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고 소음 기준도 1시간에 세 번 이상 기준을 넘겨야 위반했다고 판단해 왔지만 두 번만 넘겨도 위반했다고 보고 처벌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주거 지역이나 학교 인근 등에 대해서 먼저 적용하고 점차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또 현행 집시법이 정하고 있는 '100m 이내 집회 금지 장소'에 대통령 관저뿐만 아니라 대통령 집무실도 포함시키는 법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원활한 교통 소통을 위해 집회·시위 방법과 규모를 제한할 수 있는 '주요 도로'에 용산 집무실 앞 도로인 이태원로를 넣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기고자 : 이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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