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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의 '노란봉투법' 실제 법조항 보니

일명 '노란봉투법'이 노조의 '폭력·파괴행위'에까지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현행 노조법에는 합법 쟁의행위로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서만 사측이 손해배상 청구를 못 하게 돼 있지만,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불법 쟁의행위(파업, 태업, 피케팅 등)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청구를 못 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노조의 불법 쟁의행위 중 '폭력·파괴 행위'는 제외하도록 해 폭력·파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은 가능하도록 돼 있다.

야당과 진보 진영은 이를 근거로 노란봉투법이 '무조건 불법을 면책해 주자는 것이 아니고, 폭력이나 파괴 행위 등으로 발생하는 건 당연히 처벌하고 손해배상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에 계류돼 있는 노란봉투법안들의 조항들을 뜯어 보면 폭력·파괴 행위도 빠져나갈 수 있는 큰 구멍이 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계와 법조계 등에서 지적하는 대표적인 문제 조항은 '폭력·파괴 행위가 노조에 의해 계획된 것이라면 노조 임원이나 조합원, 그 밖 근로자에 대해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조항이다. 이 조항대로라면 회사 점거 과정에서 노조원들이 회사 시설과 기물을 대거 파괴했다 하더라도 이 행위가 노조 차원에서 계획한 것이라면 개인한테는 소송을 걸 수 없다.

또 '소송으로 노조 존립이 불가능해지면 소송을 청구할 수 없다'는 단서 조항도 문제로 지적된다. 폭력·파괴 행위를 한 개인에게 소송을 낼 수 없게 한 조항과 함께, 노조에 대해서도 빠져나갈 수 있도록 뒷문을 열어 줬다는 것이다. 노조의 존립이 어려우냐, 아니냐 자체가 주관적 기준인 데다, 대형 폭력·파괴 사태를 일으켜 회사 측의 손해액이 커질수록 노조가 소송을 당하지 않을 수 있게 되는 황당한 조항이라는 것이다.

재계의 한 인사는 "노란봉투법이 '위법 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민법 원칙과 배치된다"며, "노조법이 '쟁의 행위는 사회 질서에 위반돼서는 안 되고(37조), 폭력이나 파괴 행위로 할 수 없다(42조1항)'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들 조항과도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노란봉투법이 노조법의 근로자와 사용자 정의를 대거 바꾸려 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많다. 현행 노조법상 사용자·근로자 관계로 인정받으려면 둘 사이에 구체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존재해야 하는데,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정의를 '사실상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 근로자를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하여 노무를 제공하거나 그 밖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바꿔놨기 때문이다. 근로자와 사용자 정의를 이런 식으로 바꾸는 건 현행 노사 관계의 틀 전체를 바꾸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만 한다면 특정 기업의 근로자가 되고, 원청은 계열사나 하청 노조와 직접 단체교섭을 해야 하도록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 2020년 말 문재인 정부도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추가 비준하며 노조법을 개정했지만, 이 정의가 들어 있는 조항은 바꾸지 않았다. 한 노동법 전문가는 "하청 근로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원청의 노력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이런 방식으로 노사 관계에 대한 정의를 무리하게 확장하면 민법상 '도급(都給) 계약'에 기초한 원·하청 구조를 부정하는 것이 된다"고 했다. 기고자 : 곽래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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