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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가치 초과한 은행권 대출
금리까지 오르며 이자 눈덩이
부도 위기 영세사업자들 급증

문재인 정부가 태양광 사업을 장려하면서 2017년 이후 은행들이 약 5조6000억원을 태양광 사업자들에게 대출해줬고, 그중 담보물의 가치를 초과해 대출한 금액이 전체의 27%인 약 1조500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자들이 대출을 갚지 못할 경우 은행이 담보를 처분해도 원금을 모두 회수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또 최근 대출 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태양광 사업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어 대규모 대출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윤창현(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 14개 은행이 태양광 사업자들에게 운영 자금이나 시설 자금으로 내준 대출은 2만89건, 5조6110억원에 달했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이 1조8361억원으로 가장 많고, 전북은행(1조5315억원), 신한은행(7137억원), 하나은행(3893억원), 농협은행(3477억원), 산업은행(2915억원), 광주은행(2756억원) 순이었다. 태양광 대출은 문재인 정부 시절 범정부적인 신재생에너지 육성 방침에 따라 이전보다 급증했다.

2만89건의 태양광 대출 가운데 담보물의 가치보다 더 많은 액수를 빌려준 대출은 62.2%인 1만2499건이며, 담보 가치를 초과한 대출액은 1조4970억원으로 전체 대출의 26.7%를 차지했다. 예를 들어 KB국민은행은 약 15억5630만원 가치의 임야를 담보로 제시한 태양광 사업자에게 30억원을 빌려주면서 나머지 14억여 원은 신용대출로 처리했다. 담보 가치를 초과한 대출 액수는 전북은행(4779억원), 하나은행(3225억원), KB국민은행(2235억원), 산업은행(2234억원), 광주은행(987억원) 순이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통 사업자 대출은 사업자의 신용도나 사업 전망을 감안해 담보 가치보다 대출을 더 해주는 경우가 제법 있다"면서도 "그러나 태양광 대출은 문재인 정부 당시 은행들이 대출 실적을 늘리기 위해 심사를 느슨하게 했다는 뒷말이 나왔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문재인 정부 시절 앞다퉈 태양광 사업자 전용 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은행권에는 "태양광 패널 판매 업자들이 '어느 은행이 대출을 잘해준다'는 식으로 대출 브로커 역할까지 했다"는 의혹도 퍼졌다.

은행별로는 JB금융지주 산하의 전북·광주은행이 태양광 대출에 적극적이었다. 전체 지방은행들의 태양광 대출(1조9403억원) 가운데 전북은행(1조5315억원)과 광주은행(2756억원)의 비율이 93%로 압도적이었다. 대구은행이 90억원, 부산은행은 46억원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었다.

전북·광주은행은 담보물 소재지가 충청·강원·영남·제주 등 타 지역인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테면 2017년 전북은행 대전지점은 제주도에 있는 공장 설비 등을 담보로 3억4800만원을 대출해줬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방은행의 대출 담보가 다른 지역에 있는 것 자체가 규정 위반은 아니지만,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전북·광주은행과 달리 제주은행의 경우 전체 태양광 대출 666억원의 담보가 전부 제주도에만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대조적이었다.

은행권에서는 태양광 사업의 수익성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동시에 대출 금리는 빠르게 오르고 있어 부실 대출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태양광 사업자들은 생산한 전기를 한국전력공사에 넘기고, 판매량에 따라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를 받고 있다. REC 가격은 1MW당 2016년에는 16만원을 웃돌았지만, 최근에는 6만원대에 머무르고 있어 수익성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태양광 사업자가 크게 늘어난 데다, 막대한 적자에 시달리는 한전이 매입 가격을 낮췄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시중은행들은 대출 회수 가능성을 우려해 올해 들어서는 태양광 대출을 줄이거나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세한 태양광 사업자들은 불어나는 이자 부담을 이기지 못해 부도 위기에 처하고 있다. 태양광 대출의 대부분은 금리가 낮던 문재인 정부 시절 연 3%대에 변동금리로 빌린 것인데, 최근 금리가 연 5%대로 오르면서 이자 갚기에 허덕이는 사업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태양광 관련 인터넷 카페에는 최근 대출 금리를 낮추는 방법이 있는지 문의하는 글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대형 시중은행의 한 간부는 "태양광 사업 수익성이 부쩍 나빠진 탓에 부실 대출이 많아질까 봐 내부적으로 우려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윤창현 의원은 "금융 당국은 태양광 대출 과정 전수검사를, 은행들은 리스크 분석과 선제적인 대손 충당 등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고자 : 손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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