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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나흘간 일반인 조문… 英정부, 참배객 수칙 발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유해를 실은 참나무 관이 13일(현지 시각) 그가 생의 마지막 순간을 보낸 스코틀랜드 땅을 떠나 왕국의 수도 런던을 향했다. 여왕이 생전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던 스코틀랜드 주민들은 그의 관이 처음 공개된 성(聖) 자일스 성당에서 밤을 지새우며 작별 인사를 했다.

여왕의 관은 이날 오후 6시 에든버러 공항에 도착했다. 전날 찰스 3세가 타고 온 공군 특별기 '노솔트' 호에 실려 1시간 뒤 런던에 도착한 관은 운구차 편으로 버킹엄궁으로 이동했다. 에든버러와 런던에서 여왕의 관이 지나는 동안 도로 양쪽을 가득 메운 시민들이 고개를 숙이며 여왕에게 경의를 표했다. 꽃을 던지며 "여왕에게 축복을(God bless the Queen)"이라고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여왕의 관은 이날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와 윌리엄 왕세자 등 왕실 가족과 밤을 보냈다. 이후 14일 영국 의회 건물(웨스트민스터궁)과 맞붙어 있는 웨스트민스터홀로 옮겨져 4일간의 일반 참배를 준비한다.

앞서 여왕의 관이 처음 공개된 성 자일스 대성당에는 2만6000명이 넘는 참배객이 몰렸다. 12일 오후부터 꼬리를 물기 시작한 줄이 한때 1마일(1.6㎞) 넘게 이어졌다. 찰스 3세와 앤 공주, 앤드루 왕자 등 여왕의 자녀는 이날 밤 참배객 앞에서 관을 지키기도 했다. BBC는 "밤새 수천명이 줄을 섰다"며 "새벽의 추위와 복잡한 보안 검색 과정에도 차분한 참배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안치된 여왕의 관을 보고 나오는 몇몇 추모객은 눈시울이 젖어 있었다. 얼굴을 감싸고 흐느끼는 주부, 여왕 얼굴이 새겨진 훈장을 가슴에 달고 조용히 기도하는 노병도 있었다. 예상을 뛰어넘는 추모 열기에 스코틀랜드 정부는 경비 인력을 대폭 증원하고, 인터넷과 방송을 통해 "몇 시간 이상 줄을 설 각오를 하고 와 달라"고 요청했다.

여왕은 평소 스코틀랜드에 특별한 애정을 보였다. 매년 여름 밸모럴성을 찾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고, 스코틀랜드 곳곳을 누비며 자연을 즐겼다. 그의 남편 필립 공과 장남 찰스 3세는 스코틀랜드 기숙학교 고든스턴에서 청소년 시절을 보낸 인연이 있다. 여왕은 지난해 10월 스코틀랜드를 찾아 의회의 새 회기 개막을 선언하며 "스코틀랜드에는 필립과 함께한 행복한 기억이 많다"고 언급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여왕의 죽음으로 스코틀랜드 독립운동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왕이 생전 스코틀랜드에 보인 헌신적 행보가 재조명되고, 그의 서거로 되살아난 국민적 존경이 분리 독립과 관련한 열띤 논쟁 대신 통합을 강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전역에서 여왕 추모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현지 언론들은 15일부터 18일까지 이어지는 일반 참배 기간에 여왕의 관을 보기 위해 100만명 이상이 런던 웨스트민스터홀을 찾을 것이란 예상을 내놓기 시작했다. 장례식 당일인 19일에는 여왕의 운구 행렬을 보기 위해 600만~700만명 이상이 쏟아져 나올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1997년 다이애나 왕세자빈 장례식 당시 600만명을 넘는 것으로, 런던 인구(900만명)의 3분의 2를 넘는 규모다.

영국 정부는 인파가 많이 몰릴 경우에 대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여왕 폐하의 관에 참배를 원하는 사람은 대기 줄이 몇 시간, 혹은 하룻밤을 지새울 만큼 길어질 것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줄이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제대로 앉을 수 없다"며 건강하지 못한 사람의 조문 자제를 요청했다.

런던 경찰은 15일부터 웨스트민스터홀 주변 도로를 통제하고, 일반 차량의 진입을 막을 예정이다. 인파가 몰리면 이곳을 지나는 버스는 우회하고, 지하철 정차도 제한될 수 있다.

웨스트민스터홀은 비상사태에 대비, 수천명의 경찰 병력이 둘러쌀 예정이다. 공항 수준으로 보안 검색도 강화된다. 소지품은 작은 가방 하나 정도로 제한한다. 음식물이나 꽃, 촛불, 인형, 카메라, 손팻말 등을 가지고 들어가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정부 관계자는 "초가을 변덕스러운 날씨에 장시간 기다려야 한다"며 "우산과 선크림, 휴대전화 배터리와 필수 의약품을 준비하라"고 당부했다. 기고자 : 런던=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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