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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에너지산업 컨퍼런스

“축구 사랑이 남다른 이탈리아에서 지난 2일 프로축구 1부리그 세리에A의 경기장 조명 시간을 단축했다고 합니다. 같은 시각 지구 반대편 우리나라에서는 대낮 같은 조명 아래서 야간 골프가 한창이었습니다. 이탈리아와 우리나라는 모두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입니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전시와 같은 위기감이 감도는 반면 우리나라는 에너지 위기 무풍지대와 같습니다. 이 같은 위기감의 차이는 바로 가격 신호에서 비롯됐다고 봅니다.”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

"요금을 빼고 수요 관리와 절약을 얘기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는 너무 조심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기 요금 인상을 얘기하면 인플레이션에 고통받는 서민을 떠올리지만, 주택용 전기 소비는 불과 15%이고, 전체의 85%는 산업체나 건물이 씁니다. 전기 요금을 과도하게 깎으면 전기를 아껴 쓰는 소비자가 전기를 펑펑 쓰는 소비자의 요금을 보조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분명히 이해해야 합니다."(손양훈 인천대 교수)

조선일보가 주최한 '2022 에너지산업 컨퍼런스'가 지난 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심화한 가운데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한 당면 과제'를 주제로 에너지 위기에 대한 대응과 해법을 두고 3시간 넘게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코로나가 이어지며 토론자들만 참석한 채 온라인으로 열렸던 지난 2년과는 달리 올해 컨퍼런스는 윤관석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대표, 홍준호 조선일보 발행인과 에너지 업계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열렸다. 이날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현장을 찾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조선일보 유튜브를 통해서도 중계해 큰 인기를 끌었다.

윤관석 위원장은 축사에서 "거세지는 탄소 중립 압박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기존 세계 에너지 지형도를 뒤흔들고 있다"면서 "특히 최근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유럽에 공급하는 천연가스를 차단하는 등 에너지 자원 보유국들의 자원 무기화가 점점 노골화돼가는 상황에서 치밀하고 체계적인 국가 에너지 전략을 마련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양 장관은 "세계 에너지 시장의 불안정이 지속하는 가운데 각국은 원전과 석탄 발전의 재가동, 에너지 요금 인상과 절약 캠페인을 통해 에너지 안보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며 "정부도 전기 요금의 가격 신호 기능을 회복하고, 에너지 요금의 원가주의 원칙을 강화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에너지 위기는 무리한 탄소 중립 목표와 과도한 러시아 의존의 결과"

"유럽의 에너지 위기는 재생에너지 일변도로 탄소 중립이라는 무리한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천연가스를 러시아에 전적으로 의존해버린 결과입니다. 최근의 천연가스 가격 상승은 우리에게 남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도 위기를 경험할 수 있고, 시민에게 가격 신호를 줘서 수요 절감, 소비 절감을 해야 합니다."(조홍종 단국대 교수)

'유럽 에너지 위기 심각성과 대응 방안'이라는 주제로 열린 1세션에서 주제 발표를 맡은 조홍종 교수는 "천연가스 위기는 우리에게도 물량 확보 전쟁을 강요함과 동시에 에너지 가격 인플레이션 위험 또한 가중시키고 있다"며 "에너지 안보를 확립하고 에너지 가격 폭등을 방지하기 위해 원전 가동률을 높이고 석탄 발전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패널로 참여한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전통적으로 에너지는 될 수 있는 대로 싸게 사고, 에너지 안보를 고려하며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친환경적인 성격까지 다루는 세 축을 중심으로 다뤄왔다"며 "이 셋 중에 특정 요소에 집중하면 왜곡이 발생하는데 유럽은 이 가운데 에너지 안보가 깨지면서 경제성을 넘어 이제 친환경 에너지 부문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에너지 자립도가 낮고, 해외 의존이 심한 우리는 에너지 안보가 붕괴하면 유럽보다 충격이 훨씬 더 크다"며 "원자력, 신재생, 화력, 에너지 저장, 수소·암모니아 등 5개 축을 아우르는 균형 있는 구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에너지 위기의 인과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도 나왔다. 정용헌 아주대 교수는 "과거 러시아(옛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조지아 침공, 크림반도 병합은 고유가 때 일어났다"며 "국가 재정의 60~70%를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에서 얻는 러시아로서는 유가가 80달러를 웃돌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유가가 떨어져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법민 산업부 자원산업정책국장은 "정부도 국제 에너지 시장의 위기를 인식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수요 절감을 추진하고, 장기적으로는 수입국을 다변화하겠다"고 말했다.

◇"에너지 수요 관리, 단기와 중·장기 에너지 위기에 가장 중요"

"에너지 수요 관리는 단기적인 에너지 수급 위기와 중·장기적인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수단입니다. 절약과 함께 고효율 설비 개발과 보급, 국민 개인 및 사업장 단위의 인식과 행태 개선이 필요합니다."(김지효 에너지경제연구원 수요관리연구팀장)

세션2의 발제를 맡은 김지효 에너지경제연구원 수요관리연구팀장은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한 에너지 수요 관리 정책 방향'이란 주제 아래 "시스템 변화에 맞춰 가격과 인센티브 혁신도 요구된다"고 했다.

윤원철 전력산업연구회 연구위원은 "전기 절약에 대해서는 3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껴 쓰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에너지 위기에 전기를 절약하자는 데 동의하지만, 소득이 10배 이상 커진 상황에서 과거의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은 안타깝다"고 했다. 윤 연구위원은 이어 "새 정부의 대책을 제대로 실행하려면 전기 요금 정상화가 필수적"이라며 "독립 규제 기관을 신설해 정부 개입을 차단하고, 한전의 민영화와 경쟁 체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원장묵 한양대 교수는 "앞으로는 에너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수요 관리에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관련 기술도 편리성,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시장에서 적용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은녕 서울대 교수는 "학교 수업 때 학생 15명 중 12명이 자신은 누진제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를 절약할 필요가 없다는 답을 하더라"며 "공기업은 계속 빚을 지고, 소비자들은 에너지를 펑펑 쓰는 지금까지 하던 시스템으로는 더는 버틸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동의하면서도 여전히 바꾸려고 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근검절약이라는 과거 방식이든, AI(인공지능)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최첨단 방식이든 모든 국민이 개미처럼 부지런히 노력해 에너지 수입 부담을 줄여야 한다"며 "정부는 당장 강력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효율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기고자 : 조재희 기자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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