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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선영화 KBS2 '뜨거운 피' 밤 10시 45분

1993년 부산 변두리 작은 포구 구암. 이곳을 지배하는 손 영감(김갑수) 밑에서 수족으로 일해온 희수(정우)는 마흔 살까지 무엇 하나 이룬 것 없이 반복되는 건달 짓이 지긋지긋하다. 희수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할 때 철진(지승현) 등 영도파가 접근하며 치열한 생존 다툼이 벌어진다.

KBS 2TV는 11일 밤 10시 45분 추석특선영화 '뜨거운 피'(2022)를 방송한다. 문학동네 소설상을 받은 작품 '고래'의 작가로 유명한 천명관의 감독 데뷔작. 괴력의 이야기꾼이 늦은 나이에 충무로에 입성했다. 이 영화는 "구암의 건달들은 아무도 양복을 입지 않는다"로 시작하는 김언수 소설이 원작이다.

'뜨거운 피'는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고 왕이 되는 그리스 비극과도 닮은 누아르다. 손 영감과 희수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유사 부자(父子) 관계. 하지만 이른바 조폭 판타지는 없다. 건달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고 우리와 똑같은 동기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세상의 제일 밑바닥인데 와 이리 높은 곳에 있나." 더 내려갈 곳이 없는 막장 인생 인숙(윤지혜)이 아들 아미(이홍내)와 사는 곳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산동네다. 인생은 곤두박질치는데 집은 높은 곳에 있는 기막힌 현실. 천명관 감독의 누아르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 풍경이다. 기고자 :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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