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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서울서 볼만한 공연 6

기울었던 달님이 꽉 차오르는 추석. 공연장은 더 바쁘게 돌아간다. 연휴에 서울에서 볼 만한 연극과 뮤지컬 등 3편을 추천한다.

◇연극 '두 교황'

앤서니 홉킨스와 조너선 프라이스가 주연한 넷플릭스 영화 '두 교황'을 본 관객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무대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앤서니 매카튼이 쓴 원작 희곡을 이번에 국내 초연했다. 독일 출신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012년 아르헨티나의 베르고글리오 추기경(훗날 프란치스코 교황)을 이탈리아 여름 별장으로 초대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 전통(보수)을 강조하는 베네딕토와 개혁(진보)을 지지하는 베르고글리오의 논쟁은 종교와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다.

진정한 신앙을 묻는 작품이다. 이 연극은 갈등과 투쟁, 의심을 수반하기 때문에 더 매혹적이다. 명배우들답게 공격과 수비, 반격이 흥미진진하다. 신구는 완고해 보이지만 가속과 감속에 능하고, 정동환은 날카로우면서도 명랑하다. 이 연극은 차갑고 팽팽한 논쟁 사이사이에 피아노 연주와 탱고, 월드컵 축구와 유머를 밀어 넣는다. 유쾌하고 따스한 인간미를 잃지 않는다. 성당도 아름답게 재현한다.

9일 낮에 서상원·정동환, 밤에 서인석·남명렬, 10일 낮에 서인석·남명렬, 밤에 신구·정동환, 11일 낮에 서인석·남명렬이 각각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교황 프란치스코로 무대에 오른다. 12일에는 공연이 없다. 양재역 근처 한전아트센터.

◇뮤지컬 '서편제'

이청준 소설과 임권택 영화로 유명한 '서편제'는 진정한 소리꾼이 되고자 유랑한 송화와 팝송으로 도망친 의붓 남동생 동호의 이야기다. 뮤지컬로 감상할 때 더 짜릿하다. 굴곡진 삶이 토해내는 판소리가 라이브로 돌진해오기 때문이다.

이 뮤지컬은 회전 무대를 사용하면서 소리로 산을 그리고 물을 그리고 사람 사는 이야기도 담는다. 길에서 자고 길에서 놀고 길에서 산다. "그저 살다 보면 살아진다"는 노래도 귀에 꽂힌다. 아버지가 "똥물을 먹으면 득음이 된다"고 하자 송화는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데 먼저 드셔요" 하고, 결국 송화가 마시자 아버지가 말한다. "달어? 역시 너는 엄청난 미식가여. 한 잔 더해." 객석은 웃음바다가 된다.

눈먼 송화가 판소리 심청가 중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을 부르는 장면이 하이라이트. 먹물 같은 한(恨)을 토해내는 이 대목에서 상당수 관객이 눈가를 훔친다. 9일 홍지윤과 차지연, 11일 유리아와 차지연, 12일 이자람과 양지은이 각각 낮 공연과 밤 공연에 여주인공 송화를 맡는다. 10일엔 공연이 없다. 압구정역 근처 광림아트센터.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다재다능한 할머니의 이름이다. 워킹맘 미란다를 위해 방문해 살림을 하고 아이들도 돌봐준다. 그런데 이 할머니의 정체는 전남편 다니엘. 이번이 한국 초연인데 국내 정서에 맞게 번역돼 재탄생했다. 이혼당해 쫓겨난 아빠가 할머니를 연기하며 거듭나는 이야기다. 그는 무사히 집으로, 가족에게 돌아올 수 있을까.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이중생활부터 돌발 상황, 화려한 패션쇼 등을 거쳐 정체가 들통나는 과정까지 웃음기가 흥건하다. 코미디와 음악이 유기적으로 잘 배합돼 웃음을 극대화한다. 추석 연휴에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밝은 에너지가 돋보이고 특수 분장도 볼거리다. 9일 임창정과 양준모, 10일 정성화와 임창정, 11일 양준모와 정성화, 12일 임창정이 각각 낮 공연과 밤 공연에 미세스 다웃파이어를 연기한다. 잠실역 근처 샤롯데씨어터.

[그래픽] 추석 연휴 공연·민속 행사 기고자 :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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