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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수요까지 맞물려 물가 상승

여름철 폭염·폭우에 태풍 '힌남노' 피해까지 겹치면서 추석을 앞두고 농수산물 가격이 크게 뛰고 있다. 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배추 10㎏ 도매가격(7일 기준)은 3만8800원으로 불과 일주일 전인 1일(2만9800원)보다 30%나 급등했다. 한 달 전(1만9855원)의 2배, 1년 전(1만3328원)과 비교하면 3배로 치솟았다.

배추 생산량이 줄면서 CJ더마켓(CJ제일제당)·정원e샵(대상) 등 김치 제조 업체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김치 품절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커머스 업체인 SSG닷컴에서도 수요가 급증하면서 일부 김치 상품이 매진됐다. 한 유통 업체 관계자는 "최근 태풍 때문에 농민들이 배추 농사를 망쳐서 심하면 다음 달 말까지도 배추 파동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배추뿐 아니라 무(20㎏) 가격은 최근 일주일 새 2만9140원에서 4만400원으로 39% 급등했고, 당근(20㎏)은 15% 뛰었다. 태풍으로 어민들이 조업을 나가지 못하면서 갈치(30%)와 오징어(5%) 등 수산물 가격도 오르고 있다.

명절 선물용으로 많이 찾는 멜론은 지난달 중부 지역에 내린 폭우로 물에 잠기면서 한 달 새 가격이 2만6095원에서 3만3420원으로 28% 뛰었다. 거봉 주 재배지인 천안 지역에서도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탄저병이 퍼지며 거봉 도매가격(2㎏)은 일주일 새 1만8500원에서 2만240원으로 10% 가까이 올랐다.

"이게 배추값인가? 금값이지?"

지난 7일 서울 청량리 청과물시장을 찾은 김모(77) 할머니는 한참을 배추를 쳐다보다 발길을 돌렸다. "추석 음식 준비차 와봤는데 '배추가 두 포기에 2만원'이라는 말을 듣고 못 샀다. 내일 또 와봐야겠다"고 했다.

같은 날 서울 종로구의 한 마트에서는 겉면이 누렇게 말라버린 배추 한 포기가 9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이 마트의 야채 판매 총괄 이모(59)씨는 "품질이 별로여도 물건이 부족해 비싸게 팔린다"며 "8월부터 비가 와서 제품 공급이 많이 달린다"고 말했다.

농수산물 생산지 상황은 여의치 않다. 지난달 중부 지방에 내린 폭우로 강원도 고랭지 배추밭은 진흙탕으로 변하고, 배추 밑동부터 썩기 시작하는 무름병이 확산돼 출하를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했다. 김치 제조사들은 "배추는 물론, 알타리 무·고추 등 밭작물과 과일 가격이 크게 뛰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8일 "태풍 힌남노로 농작물 피해 규모가 1만5602헥타르(1헥타르=1만㎡)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019∼2021년 태풍·호우에 따른 연평균 농작물 피해 규모(9만4463헥타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아직 한 해가 끝나지 않아 더 지켜봐야 한다. 이날 기상청은 태풍 힌남노가 물러간 후, 또 다른 태풍 무이파 발생이 임박한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산 갈치의 90%를 출하하는 제주도 어가들은 태풍이 재발하면 조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우려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꺾인 물가 급등세가 태풍 및 추석 수요, 환율 급등 때문에 재점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은행은 "기대 인플레이션(물가)이 상승하면서 최근 고물가 상황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진단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세종시 전통시장을 찾아 "물가 안정을 위해 추석 3주간 역대 최대 규모의 성수품을 공급하고 있다"며 "추석 기간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전력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대형마트·온라인몰 등에서 소비자 1인당 1만~2만원 한도로 상품 가격의 20~30%를 지원해주는 농·축·수산물 할인 쿠폰을 올해 1690억원 규모로 지원 중이다. 기고자 : 최형석 기자 이미지 기자 유재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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