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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에서 거래량이 적은 주식의 거래 체결을 돕는 '시장조성' 제도가 지난 1일 1년 만에 재개됐습니다. 그러나 참여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 등 6곳에 불과해 작년(14곳)의 절반에도 못 미쳤습니다.

시장조성이란 증권사들이 촘촘한 호가를 제시해 원활한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A종목의 시가가 1000원인데, 990원이나 980원에 사려는 사람은 없고 매수 주문이 900원만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투자자가 주식을 시세보다 조금 낮은 가격에 팔고 싶어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900원에 팔 수밖에 없고, 주가는 곧바로 10% 떨어집니다.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풍부한 자금력을 가진 증권사들이 매수자가 돼서 시가와 비슷한 가격에 거래를 체결하도록 하는 제도가 바로 시장 조성입니다. 반대로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는 경우에는 증권사가 매도자가 돼서 거래를 돕습니다.

원활한 투자를 돕는 좋은 취지의 제도인데 증권사들의 호응이 왜 이렇게 저조할까요. 한마디로 '과징금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증권업계의 공통된 목소리입니다. 금융감독원은 윤석헌 원장 시절인 2020년 시장조성 활동을 했던 9개 증권사가 '시장 질서 교란 행위'를 했다고 보고 총 487억원의 과징금을 통보했습니다. 시장 조성 행위가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러면서 시장 조성 제도 자체도 작년 9월부터 중단됐습니다.

그러나 지난 7월 금융위원회는 '증권사들의 시장조성 행위는 시장 교란 행위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결정을 내리고 금감원의 과징금 부과를 전부 무효화했습니다. 증권사 입장에선 다행스러운 결론이었습니다. 그러나 '과징금 폭탄'의 기억은 업계에선 일종의 트라우마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올해 시장조성에 불참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좋은 일 하려다가 과징금만 먹을 뻔했으니 앞으로 누가 하겠냐"고 말했습니다. 윤석헌 원장 시절 금감원의 무리수가 주식시장에 오래 남을 생채기를 남긴 셈입니다. 기고자 : 권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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