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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6년 7월 24일, 미국의 인류학자 앨리스 플레처는 자기 집에서 한국인이 노래한 '단가' '애국가' '매화타령' '달아 달아' 등을 녹음했다. 노래를 부른 이희철과 안정식 등은 관비 유학생으로 일본에 갔다가 갑신정변 후에 미국으로 간 학생이었다. 이들은 당시 주미 공사였던 서광범과 미국 교육청에서 일하던 안나 톨만 스미스의 도움으로 하워드대학교에 입학했다. 하워드대학교가 1896년에 발간한 연차 보고서에는 "가난한 한국인 7명이 입학하였기에 직간접적으로 도왔다"는 설명과 함께 학생들의 사진이 실려 있다.

이듬해인 1897년에는 안나 톨만 스미스가, 1898년에는 또 다른 미국인 엘리 바 랜디스가 '미국 민속 학보(the Journal of American Folklore)'에 한국의 전래 동요를 다룬 논문을 각각 게재했다. 엘리 바 랜디스는 의사이자 성공회 선교사로 1890년에 한국에 들어와 무속을 비롯한 한국 문화를 연구한 인물이다. 앨리스 플레처, 안나 톨만 스미스, 엘리 바 랜디스가 공통으로 다룬 노래 중 하나가 '달아 달아'였다.

플레처가 녹음한 '달아 달아'의 음원,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소장된 '달아 달아'의 수기(手記) 악보, 그리고 스미스가 남긴 '달아 달아'의 악보는 음악적으로 거의 같다. 하지만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선율과 달라서 '달아 달아'의 고형(古型)일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노랫말은 뒷부분이 저마다 조금씩 다르나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저기저기 저 달 속에 계수나무 박혔으니/ 옥도끼로 찍어내고 금도끼로 다듬어서/ 초가삼간 집을 짓고 양친 부모 모셔다가/ 천년 만년 살고 지고"라는 앞부분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노랫말에 등장하는 시선(詩仙) 이태백은 술에 취해 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 호수에 빠져 죽었다고 한다.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이 이야기가 '이태백이 놀던 달아'라는 상투어를 낳아 오늘에 이르렀다. 랜디스는 "한국인들은 달 속에 계수나무가 있고 그 아래 흰 토끼가 앉아서 절구에 선약(仙藥)을 찧거나 나무를 베어서 쓰러뜨리는 상상을 한다"고 '달아 달아'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선 왕조 이전부터 한국의 여성들이 대를 이어가며 아이들에게 이 노래를 가르쳐 후대에 전했다고 서술했다.

어느덧 한가위다. 한가위 하면 역시 보름달이 떠오른다. 달 탐사선 '다누리'마저 날아오른 시대에 달에 토끼와 계수나무가 있다고 믿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보름달에 소원을 빌며 잠시 설레고 행복해지기로 한다. 한가위는 그래도 되는 날이므로. 기고자 : 장유정 단국대 자유교양대학 교수·대중음악사학자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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