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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말하는 절세 전략

"고객님, 금리가 높아져 이 통장 이자만 1000만원 정도네요. 내년에 만기 돌아오는 것들 이자가 얼마나 될지 알아보셔야겠어요. 2000만원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나올 텐데요."

최근 1년짜리 정기예금 만기가 돌아와 재예치하러 은행에 갔던 학원 강사 이모(42)씨는 직원에게 이런 말을 듣고 놀랐다. 작년에는 3억원 원금에 대해 이자가 350만원 수준이었는데, 올해 이자를 빼고 재예치하려니 내년에는 이자가 960만원 넘게 붙는다는 얘기였다. 다른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에 있는 예금도 조만간 속속 만기가 돌아오는데, 현재로선 대부분 3% 후반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주식 배당금 등까지 합치면 이씨의 내년 금융소득은 2000만원이 넘을 게 확실시된다. 그는 "내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1년 새 금리 3배…"나도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

최근 1년 새 기준금리가 2%포인트나 뛰면서 예금 금리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7월 기준 3.33%로 1년 전(1.10%) 대비 정확히 3배가 됐다. 이자 및 배당 등으로 얻은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되고, 이자·배당소득과 근로소득, 사업소득 등을 합산한 총소득에 최고 49.5% 세율을 적용받는다. 2020년 귀속분 금융소득종합과세 신고 인원은 17만8953명, 신고 금액은 49조7724억원이다. 장기간 초저금리가 이어지다 금리가 갑자기 급등하면서, 이씨처럼 처음으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로 편입될 사람도 많아질 조짐이다. 회사원 최모(45)씨도 "평소 예금만 할 뿐 재테크에 관심이 없었다. 금융소득종합과세는 자산가들이나 내는 세금 아닌가"라며 "내년에 나도 대상자가 되게 생겼는데, 참 별일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될 경우, 당장 이달부터는 건강보험료 부담도 늘어날 수 있다. 건보료 부과 체계가 개편되면서 직장가입자의 경우 합산 종합과세 소득이 종전 3400만원 초과에서 2000만원 초과만 돼도 추가 보험료를 내도록 강화됐다. 이 합산 종합과세 소득에 이자와 배당 등 금융소득이 포함된다. 직장 가입자의 약 2%인 45만명이 여기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만기 분산하고, 비과세 채권 등 활용

전문가들은 지금부터 꼼꼼한 절세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본이 되는 것은 연도별 소득 분산이다. 당장 만기가 돌아오는 예·적금을 모두 1년짜리로 재예치하기보다는 만기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 월 지급식으로 이자가 나오는 채권 등 이자를 매월 주는 상품도 고려할 만하다. 최근 캐피털사나 손해보험사 등에서 고금리 월 지급식 채권을 발행하는 경우가 있다.

배우자나 자녀 등에게 분산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근로소득이 많아 최고세율(49.5%)을 받는 사람이 자기 이름으로 고액의 예금 이자를 받는다면 2000만원 초과 금융소득에 대해 49.5% 세금을 내야 한다. 소득이 없는 배우자에게 증여해 예금에 가입하면 15.4%의 이자소득세만 내면 된다. 배우자에게는 10년간 6억원까지 증여 공제를 받을 수 있고, 성년 자녀에게는 5000만원, 미성년 자녀에게는 2000만원까지 세금 없이 증여가 가능하다. 고수들은 채권을 활용한다. 채권 매매차익은 과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1~2년 전 금리가 낮을 때 저금리로 발행된 저쿠폰채를 사서 매매차익을 노리는 것이다.

김예나 삼성증권 투자컨설팅 팀장은 "표면금리 1%짜리, 1년 남은 만기에 1만원에 상환되는 채권을 9700원에 산다면 이표 1%에 대해선 이자소득세 15.4%가 과세되지만 만기 상환 수익 3%에 대해선 세금이 없다"면서 "이 채권에 5억원을 투자한다면 5억원의 1%인 500만원에 대해 15.4% 세금만 내고 매매차익 3%인 1500만원에 대해선 절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 정기예금 금리 추이 기고자 :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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