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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남노 어떻게 움직였나

힌남노는 당초 예상보다 1시간 정도 빠른 6일 오전 7시 10분 울산 앞바다를 통해 동해안으로 빠져나갔다. 내륙을 훑고 바다로 나가 울릉도로 북서진하는 동안에도 강도는 '강'(최대 풍속 초속 33~44m)을 꽤 유지했다. 이날 오후 9시 일본 삿포로 부근 해상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해 소멸했다.

힌남노는 우리나라로 접근하는 동안 계속 이동 속도를 높였다. 5일 오전 10시 시속 24㎞, 오후 4시 33㎞로 서서히 속도를 붙여 제주도로 향하다가 막판 시속 52㎞까지 높여 빠르게 이동했다. 태풍이 점점 빨라진 건 일본 쪽에 위치한 북태평양고기압 영향이 컸다. 힌남노가 이동하는 방향이 북태평양고기압 기류 방향과 일치해 그 가장자리를 타고 동쪽으로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졌다. 공교롭게 힌남노가 '가속페달'을 밟아준 덕에 태풍으로 인한 국내 피해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었다.

이번 태풍은 바닷물이 높아지는 만조(滿潮)와 겹치면서 6일 제주·남해안 일대엔 폭풍해일이 발생했다. '매미' 때와 달리 해일로 인한 민가 피해가 적어 부각되지 않았을 뿐 서귀포에선 아파트 9~10층 높이인 최대 21m 파고가 몰아쳤다. 거제(최대 16.9m), 부산(15.4m), 포항(13.7m)에서도 높은 파고가 육지를 때렸다.

힌남노는 탄생부터 '변종' 태풍에 가까웠다. 8월 말 일본 도쿄 남동쪽 1280㎞ 해상 '북위 26.9도'에서 생겨나 '북위 25도 이상에서 발달한 첫 수퍼 태풍'이었고, 이후 평균 이상으로 따뜻했던 바다를 통과하면서 인도양에서 따뜻한 공기까지 '수혈'받아 이동 과정에서 약해지지 않고 오히려 몸집을 키웠다. 우리나라로 다가와선 중국 쪽 티베트 고기압과 일본 쪽 북태평양 고기압 가운데 껴 이들 고기압이 마치 팽이를 돌리듯 태풍 회전력을 계속 키워줬다. 다만 몸집은 태풍 '매미' 때와 비슷했지만,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방어를 성공한 태풍'으로 남게 됐다.

[그래픽] 태풍 힌남노 강수량과 풍속 기고자 :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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