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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면서 내년부터 '재정준칙'을 시행한다고 합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새해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미래 세대들에게 빚을 넘겨줄 수 없다"면서 재정준칙 도입 의지를 밝혔습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총지출에서 총수입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 흑자를 뺀 지표)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고,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60%도 지키고, 이걸 넘어서면 적자비율 한도를 3%에서 2%로 강화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재정준칙이 통과되면 추경을 편성해도 이 비율을 준수하기로 했습니다. 추경으로 씀씀이를 늘리는 것을 막겠다는 거죠. 다만 재정준칙은 '코로나 등 불가피한 경제 위기' 때는 적용을 보류하는 예외 조항을 두기로 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도 재정준칙을 고집하는 건 맞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이 예외 조항이 문제가 되는 모양입니다. 추경 요건에 해당하면 재정준칙 예외 조항에도 해당되기 때문에 국회에서 추경을 한다면 재정준칙은 무조건 예외를 인정해야만 한다는 점 때문입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추경을 편성할 수 있으면 그 자체로 재정준칙 예외가 된다고 하니 '종이호랑이' 재정준칙이라는 소리가 나올까 걱정"이라고 하더군요.

추경 요건은 국가재정법에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 등 대내외 여건 중대 변화' 등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재정준칙의 '불가피한 경제 위기'에 모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재정준칙 예외 요건을 더 엄격하게 규정하자니, 추경을 편성할 여지가 지나치게 줄어듭니다. 정작 돈을 써야 할 때 재정 당국의 운신의 폭이 지나치게 줄어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 대학의 경제학 교수는 "재정준칙 예외 요건과 추경 요건을 제대로 정비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요건을 해석하는 사람의 문제"라고 합니다. 법 조항도 잘 만들어야겠지만, 무엇보다 고무줄 잣대로 나랏돈을 펑펑 쓸 수 있다는 생각부터 고쳐야 한다는 말입니다. 결국 재정 건전성은 재정준칙 법제화도 중요하지만, 여야 정치권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는 겁니다. 기고자 : 정석우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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