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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대들보' 반도체, 언제까지 하락 이어질까

'가격 하락, 수출 감소, 재고 증가'

최근 반도체 산업의 '다운(하락) 사이클'이 본격화하고 있음을 알리는 지표들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D램,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전월 대비 또 내리면서 각각 2개월, 3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고 밝혔다. 같은 날 통계청은 "7월 반도체 재고(在庫)가 1년 전보다 80% 증가했다"고 발표했으며, 이튿날 산업통상자원부는 "8월 반도체 수출이 26개월 만에 역성장(7.8% 감소)했다"고 밝혔다.

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반도체 전문가 30인 설문 조사에서도, 17명(56.7%)이 "현재 국내 반도체 산업이 '위기 상황 초입'에 있다"고 답했다. '위기 상황 한복판'이란 답변도 20%나 됐다. 다시 말해 전문가 10명 중 7명 이상(76.7%)이,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경제 버팀목' 반도체 산업이 위기에 처했다고 분석한 것이다.

◇반도체 위기, 언제까지 이어질까

메모리 반도체는 호황과 불황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사이클(cycle) 산업'이다. 2018년 수퍼사이클(반도체 대호황) 이후 부진하던 반도체 경기는 '코로나 특수'라는 뜻밖의 호황을 만났는데, 불과 1년 만에 소멸 징후가 뚜렷해진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올 초부터 PC, TV, 스마트폰 같은 소비자 IT(정보 기술) 기기 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제품 재고가 늘어나자 완제품 제조사들이 반도체 구매를 줄였기 때문이다. 반도체 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구글, 메타, 아마존 같은 빅테크의 서버용 반도체 수요마저 축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속된 금리 인상이 기업 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데다, 10년 만의 새 D램 규격인 'DDR5'용 D램과 이를 지원하는 서버용 CPU(두뇌 반도체)가 연말이나 내년 초에 본격 출시될 전망이어서 그때까지 구매를 미루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키움증권 박유악 애널리스트도 "올 4분기와 내년 1분기까지 서버 수요의 일시적 감소가 예상된다"고 했다.

'다운 사이클'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를 두고선 '내년 상반기까지'라는 낙관적인 견해와 '내년 하반기 이후까지 봐야 한다'는 비관적인 견해가 맞서고 있다. 대한상의가 진행한 반도체 전문가 설문에선 위기 상황이 '내년 안에 끝날 것'과 '후년(2024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의견이 4대6 정도로 갈렸다.

◇DDR5 확산, '미니 사이클' 등 변수도

이번 '다운 사이클'의 강도를 두고도 견해가 엇갈린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불황 여부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지표가 재고 수준"이라며 "2018~2019년 다운 사이클 때보다는 건전하다"고 말했다. KB증권 김동원 애널리스트도 "내년 메모리 반도체 공급 증가가 제한적 수준에 그쳐, 글로벌 메모리 산업이 2019년과 같은 경착륙을 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대한상의 전문가 설문에선 전문가의 43.4%가 "2016년(중국의 메모리 시장 진입), 2019년(미·중 무역 분쟁) 당시 다운 사이클보다 심각하다"고 답했다. '당시와 유사하다'는 답변은 36.6%, '양호하다'는 20%였다.

이번 다운사이클이 내년 초에는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10년 만에 출시되는 고성능·저전력의 차세대 DDR5 D램과 CPU가 본격 확산하면, 내년 초 서버를 중심으로 급격한 교체 수요가 일면서 반도체 업황이 반등할 것이란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사이클이 과거처럼 대호황과 적자를 오갈 만큼 진폭이 크지 않고, 또 IT 기기에만 의존하지 않고 서버 등으로 매출처가 다변화되면서 주기 역시 짧아지고 있다"며 "과거와는 다른 '미니 사이클'이 반복될 수 있다"고 했다. 신한금융투자 최도연 연구위원은 최근 리포트에서 "업황 반등의 조건은 전방 재고가 모두 소진되고, 가격이 충분히 하락하고, PC·스마트폰 같은 개인 소비 지출이 늘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 시점은 내년 상반기 중이며 내년 하반기엔 완연한 상승 사이클을 예상한다"고 했다.

[그래픽] D램·낸드플래시 가격

[그래픽] 국내 반도체 산업, 위기인가 / 반도체 위기, 언제까지 지속될까 기고자 : 박순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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