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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42세 푸홀스, 은퇴 앞두고 통산 695홈런 역대 5위

5일(한국 시각) 미국 세인트루이스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시카고 컵스의 MLB(미 프로야구) 경기. 두 팀이 0-0으로 맞서던 8회말 1사 2루에서 대타로 타석에 들어선 카디널스의 간판스타 앨버트 푸홀스(42)가 상대 투수의 2구째 직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터뜨렸다. 푸홀스의 올 시즌 16호이자 프로 통산 695번째 홈런. 타구가 펜스를 넘는 순간 관중석이 들썩거릴 정도로 환호성이 터졌다.

올 시즌 후 은퇴를 앞둔 푸홀스가 11년 만에 돌아온 친정팀에서 통산 700홈런을 향한 '마지막 불꽃'을 불태우고 있다. 2011시즌 후, 11년간 몸담았던 카디널스를 떠난 뒤 기량이 하락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푸홀스는 카디널스 유니폼을 다시 입자 전성기를 되찾은 듯하다. 올 시즌 홈런 16개, 타율 0.272를 기록 중이다. 특히 주로 대타로 출전하면서도 8월 한 달 동안 홈런 8개를 터뜨리는 등 절정의 기량을 선보인다. 카디널스 팬들은 자신들의 '돌아온 영웅' 푸홀스가 친정팀에서 보내는 마지막 시즌에 700홈런 고지를 밟아 유종의 미를 거두길 응원하고 있다.

◇신인 402번째 지명선수가 월드시리즈 영웅으로

카디널스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인 푸홀스에게 고향과도 같은 존재다. 카디널스는 1999년 MLB 신인 드래프트에서 13라운드 전체 402번으로 푸홀스를 지명했다. 그때만 해도 푸홀스가 MLB를 대표하는 강타자로 거듭날 것이라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푸홀스는 2000년 마이너리그에서 싱글A 중서부 리그 MVP와 트리플A 포스트시즌 MVP를 차지하는 등 기량이 급성장하면서 2001시즌 MLB 개막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빅 리그 데뷔 시즌부터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첫 시즌 37홈런, 타율 0.329로 올스타팀에 선정되고 신인상까지 받았다. 2011년까지 11시즌 동안 매해 30홈런 이상을 쳐내는 꾸준함으로 '더 머신'(기계)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팀의 2006년·2011년 두 차례 월드시리즈 우승도 이끌었다. 2011년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터뜨린 3연타석 홈런은 그의 커리어 명장면으로 아직도 회자된다.

하지만 푸홀스는 2011시즌 후 FA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LA에인절스와 10년 2억5400만달러(약 3480억원)에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기대와는 달리 5년 계약을 제시한 카디널스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푸홀스는 하지만 에인절스로 옮긴 뒤 예전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카디널스 시절 줄곧 3할대를 기록했던 그는 에인절스에서 단 한 번도 3할을 넘어선 적이 없다. 홈런도 10년간 222개로, 매년 30홈런 이상을 때린 카디널스 시절에 비해 부족했다. 결국 2021년 시즌 도중 방출됐고, LA다저스로 이적했다. 다저스에서도 85경기 3홈런에 그쳤다.

◇은퇴 직전 친정팀에서 '라스트 댄스'

지난 시즌 푸홀스는 은퇴 대신 카디널스를 택했다. 그는 당시 "11년을 몸담았던 팀을 떠나고도 카디널스 팬들은 여전히 나를 응원해줬다. 여기엔 최고의 팬들이 있고 나는 한 번도 이곳을 떠난 적 없는 기분"이라고 했다. 푸홀스가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부시 스타디움을 찾을 때에도 뜨거운 환영을 보냈던 팬들은 올해 4월 푸홀스가 복귀 후 첫 홈런을 치자 우승이라도 한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열렬히 환호했다. 푸홀스는 관중석에 모자를 흔들어 보이며 화답했고 팬들은 "우리 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가 돌아왔다"며 환영했다. 푸홀스와 함께 올 시즌 뒤 은퇴가 예정된 카디널스의 안방 마님 야디어 몰리나(40)는 "앨버트와 다시 같이 뛰는 게 가능할까 싶었는데 현실이 됐다. 그와 함께 우승을 노리고 싶다"고 했다.

팬들의 시선은 이제 푸홀스의 통산 700홈런 달성 여부에 쏠려 있다. 남은 28경기에서 홈런 5개를 추가하면 배리 본즈(762개), 행크 에런(755개), 베이브 루스(714개)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700홈런을 친 타자가 된다. 팬들 사이에선 푸홀스가 은퇴를 미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시즌을 더 뛴다면 700홈런 달성뿐만 아니라 베이브 루스를 꺾고 통산 홈런 순위 3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푸홀스는 지난달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700개든 몇 개든 숫자에 집착하지 않는다. 내 커리어는 충분히 놀라웠고 내 뜻(은퇴)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 42세 푸홀스 "나이는 숫자일뿐이다" 기고자 : 김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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