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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개설한 수업 중 '매체 미학의 이해'라는 강의가 있다. 우리가 '매체'를 통해 어떻게 아름다움을 해석하고 나누는 것인지 가르치는 수업이다.

첫 시간마다 작은 돌멩이 하나를 들고 들어간다. 수업 시작 때 그 돌멩이를 앞자리 학생에게 건네며 말한다. "돌을 쥐고 있다가 차례로 옆 학생에게 전달한 뒤 수업 마칠 때 즈음 돌려주세요. 지금 내가 건넨 온기가 그대로 내게 돌아오길 바랍니다."

최신 기술을 다루는 뉴미디어 아티스트 교수가 수업 중 뜬금없이 돌멩이를 건네 주니 당황하는 학생이 적잖다. 하지만 알고 보면 돌멩이야말로 무엇보다 훌륭한 매체다.

인류가 수렵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유용한 도구였던 돌은 무기로, 거대한 건축으로 재탄생했다. 피라미드가 되고 때론 만리장성이 됐다. 신성한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몽골 울란바토르에는 '엄마 바위'가 있다. 바위에 몽골 전통 의상을 입혀 놓고 가족과 부족의 안정을 빈다.

중세의 위대한 조각가 미켈란젤로는 자신의 조각에 대해 "아름다운 이탈리아 대리석 속에 이미 들어 있는 영혼의 형상을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고 스스로를 낮추었다. 다비드상을 조각할 땐 "바위 속에 들어 있는 천사를 깨우는 중"이라고 했다. 근대 추상 조각의 아버지라 불리는 브랑쿠시가 작업실에서 돌을 쪼는 소리는 아름다운 물방울 소리처럼 온 마을에 울려 퍼졌다고 한다.

우리 조상은 또 어떠한가. 바람과 물에 풍화된 수석을 모았고, 궁궐 마당에는 괴석을 둬 온 우주를 정원으로 끌어당겼다.

조소과 재학 시절, 돌을 정으로 쫄 때마다 지구의 일부분을 건드리고 있다는 착각이 들곤 했다. 지구 탄생의 비밀이라는 위대한 데이터를 건드리는 느낌이었다. 지금도 깊은 산을 등산할 때 돌무덤을 발견하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쌓아 올려놓은 돌 하나하나가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얼마나 시적이고 아름다운 매체인가.

수업이 끝나면 이 돌멩이에 나는 사인을 한다. 나와 학생들의 온기를 담은 퍼포먼스가 드디어 완성되는 것이다. 수업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 된다. 기고자 : 이진준 뉴미디어 아티스트·KAIST 교수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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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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