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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중국해 수온 평소보다 2도 높아
더운 수증기 빨아들여 몸집 키워
'북상하며 약화' 태풍의 법칙 깨

힌남노처럼 '초강력' 태풍이 형성되려면 여러 조건이 맞아야 한다. 태풍은 생명체처럼 생성과 발달·약화·소멸 과정을 거친다. '발달' 과정에서 몸집을 키울수록 오래갈 가능성이 높지만, 덩치가 너무 크면 오히려 바다 아래 차가운 심층수까지 흡수해 열에너지를 빼앗기고 제풀에 지쳐 소멸한다.

힌남노는 5일 오후 11시 태풍 강도 '매우 강' 상태에서 제주 서귀포로 초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 일본 도쿄 남동쪽 1280㎞ 먼바다에서 발생한 지 8일 만이다. 힌남노는 중간에 오키나와 인근에서 이틀간 정체했는데 이때 세력이 다소 약화됐다가 이달 2일 우리나라 쪽으로 방향을 틀어 본격 북상을 시작했다.

보통 정체기 때 태풍은 제자리에서 힘을 소진, 위력이 계속 떨어진다. 북상할 때도 바닷물 온도가 떨어지는 고위도로 이동하기 때문에 세력이 약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한남노는 이번에 이동 과정에 동력(動力)이 공급되며 크기를 유지했다. 힌남노가 지나온 동중국해 수온이 29~30도로 평년보다 2도 정도 높았던 게 결정적이었다. 해수면 온도가 27도만 돼도 태풍이 발달하기 좋은 조건인데, 이보다 더 따뜻한 바닷물 덕에 일반적인 태풍보다 20% 정도 더 풍부한 수증기를 흡수할 수 있었다. 인도양에선 고온다습한 바람까지 불어왔다. '역대급' 비바람이 동시에 닥치게 된 이유다.

원래는 대한해협을 지나 우리 내륙에는 상륙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으나 일본 쪽에 있던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하며 경로가 더 서쪽으로 밀려나면서 제주를 스치듯 지나 남해안을 거쳐 부산·울산·포항을 관통하는 것으로 예보가 바뀌었다. 이런 궤적은 2016년 10월 제주 동쪽을 지나 거제에 상륙한 태풍 '차바'와 흡사하다. 당시 태풍이 부산을 스칠 때 중심기압은 975hPa(헥토파스칼), 최대 풍속은 초속 32m로 힌남노보다 살짝 약했다. 기고자 :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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