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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남부지역 태풍 영향 초비상

5일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직접적 영향권에 든 제주도에선 태풍이 몰고 온 강풍과 폭우로 어선이 침몰하고 정전 사고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태풍 길목에 놓인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는 해안가에 차수벽(遮水壁)을 치고, 모래주머니를 쌓는 등 피해를 막기 위해 시민들과 공무원들이 긴장감 속에 분주하게 움직였다. 저지대 주민들에게는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기업들도 생산 차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건조를 마무리한 선박을 피항시키는 등 태풍에 대비했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59건의 태풍 피해가 접수됐다. 낮 12시 7분쯤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5m가 넘는 야자수가 바람에 쓰러져 주택 지붕을 덮쳤다. 또 제주시 아라동 아이파크아파트 인근 도로에 있는 중앙분리대가 쓰러졌다.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포구에 정박해 있던 어선 1척이 침몰하기도 했다. 오후 6시6분쯤에는 서귀포시 표선면 지역 신호등이 쓰러졌다.

또 오후 7시 17분쯤 제주시 일도2동과 서귀포시 성산읍 등 지역에 전깃줄이 끊기면서 888가구가 정전됐다. 한 주민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쾅 소리가 난 뒤 전기가 끊겼다"고 썼다. 지난 2일부터 이날 오후 9시까지 제주 지역 강수량은 한라산 윗세오름 940㎜, 진달래밭 886㎜, 성판악 672.5㎜ 등이다. 이날 한라산 백록담에서는 초속 41.8m 강풍이 불었다.

강한 바람에 제주공항은 오후 2시부터 모든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는 등 이날 하루 350여 편의 항공기가 무더기 결항했다. 제주와 내륙을 잇는 11개 항로 선박 운항도 모두 중단됐다. 항공·해상길이 막히며 제주는 이날 완전히 고립됐다.

제주 이외 지역에서도 교통편 차질이 빚어졌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힌남노로 인해 5일 밤 8시부터 6일 오후 3시까지 경부·경전·동해·호남·전라·중앙·강릉선 일부 구간의 운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코레일 관계자는 "서울~부산 구간 KTX의 경우 부산·울산·경남 지역은 운행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

경남 남해안과 부산, 울산, 경북 동해안 지역 등은 태풍 대비로 온종일 분주했다. 이날 오전 11시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 합포수변공원에는 높이 2m, 너비 10m짜리 차수벽 20개가 세워졌다. 고정적으로 설치돼 있는 강화 유리벽과 연결되면서 이곳 해안가에는 길이 약 1㎞의 차수벽이 생겼다. 이 벽은 지난 2003년 태풍 매미로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겪은 이후 500억원을 들여 2018년 완공한 재해 예방 시설이다. 마산합포구 월영동 등 마산 일대 해안가는 2003년 태풍 매미 북상 때 발생한 해일로 18명이 숨지는 등 큰 피해를 당했다. 창원시 등 경남 내 16개 시·군에서는 저지대 및 산사태 우려 지역 인근 주민 2200여 명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해안도로와 붙어 있는 아델리스·아이파크 등 고층 주상복합아파트와 상가 빌딩 1층에 위치한 가게 상인들은 이날 오후 유리로 된 외벽에 천막과 합판을 붙이거나 모래주머니를 문 앞에 쌓았다. 해운대구는 마린시티 해안도로 상가와 해운대구 미포·청사포·구덕포 등지의 해안가 상가 99곳의 상인 및 주민들에게 대피를 권고했다.

산업계도 태풍 대비에 나섰다. 지난 2020년 태풍 마이삭 때 대형 선박이 기울면서 접안 시설과 선박이 파손되는 피해를 당했던 현대중공업은 건조 마무리 단계나 시운전 중인 선박 9척을 사전에 안전한 서해로 피항시켰다. 2016년 태풍 차바 때 생산 라인 침수와 출고 대기 차량 일부가 피해를 본 현대자동차 울산공장도 수출 선적 부두와 저지대에 있는 생산차 등 5000여 대를 안전 지대로 이동시켰다. 포스코는 경북 포항 지역이 태풍 영향권에 드는 6일 포항제철소 전체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태풍의 영향이 예상되는 남부 지방 주요 산업·에너지 시설인 고리원전과 울산화력발전소 등에 대해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24시간 비상 대응 체제를 마련했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는 원전 발전기 출력을 30%대 이하로 감소시켜 운영한다고 5일 밝혔다. 100% 출력으로 운전하다 태풍으로 인해 갑자기 원전이 정지되면 전체 전력 공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출력 감소 운전을 결정했다.

각 시·도 교육청은 학교를 휴업하거나 원격 수업으로 전환하도록 했다. 부산·울산·경남·제주는 유·초·중·고교에 대해 6일 휴업 또는 원격 수업을 하도록 했다. 대구·전북·경북교육청도 6일 원격 수업 또는 휴업을 권고하는 공문을 보냈다. 서울시교육청은 6일 유치원·초등학교는 휴업하고, 중학교는 휴업 또는 원격 수업 중 선택하도록 했다. 기고자 : 제주=오재용 기자 창원=김준호 기자 김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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