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금융위, 주가하락 등 피해 '3중 방지 장치' 마련

앞으로 물적분할을 추진하는 기업은 구체적인 목적과 계획 등을 사전에 공시하고, 이에 반대하는 일반 주주에게는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해야 한다. 또 물적분할한 자회사를 5년 내에 상장하려는 경우, 모회사가 일반 주주를 제대로 보호했는지 한국거래소가 깐깐하게 심사하기로 했다.

기업이 알짜 사업 부문을 떼내 자회사로 물적분할한 뒤 단기간에 상장시키는 과정에서 모회사 소액 주주들이 피해를 본다는 지적에 금융 당국이 보호책을 내놓은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4일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연내에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등 후속 조치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분할 반대 주주에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물적분할이란 회사의 특정 사업부를 분사해 별도 법인으로 설립하되 이를 기존 회사의 100% 자회사로 만드는 형태다.

물적분할과 자회사 상장은 대주주 입장에서는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투자금을 조달할 기회가 되지만, 핵심 유망 사업을 떼내는 것이기 때문에 모회사 주가에는 악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LG화학 주가는 물적분할한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일(지난 1월)에 장중 60만50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최저가를 찍었다. 또 DB하이텍은 반도체 설계 사업 부문 물적분할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 7월 12일 하루 동안에만 주가가 15.7% 급락했다. SK케미칼은 SK바이오사이언스,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를 각각 분할시켜 상장했는데 이때도 한동안 모회사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

금융위는 공시 강화와 주식매수청구권 도입, 상장 심사 강화 등 소액 주주를 위한 3중 보호 장치를 마련했다. 먼저 물적분할을 추진하려는 기업은 이사회 의결 후 3일 이내에 물적분할의 구체적 목적(구조조정, 매각, 상장 등)과 기대 효과, 주주 보호 방안을 공시하도록 했다. 분할 자회사의 상장을 계획하는 경우에는 예상 일정도 공시해야 한다.

만약 일반 주주가 이 같은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경우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물적분할이 추진되기 이전의 주가로 모회사 주식을 팔 수 있는 것이다. 먼저 주주와 기업이 협의해 매각 가격을 결정하되, 협의가 되지 않으면 이사회 결의일 전부터 과거 2개월·1개월·1주일간의 주가를 가중평균한 시장가를 적용한다. 협의에 실패하면 법원에 매수 가격 결정을 청구할 수 있다. 금융위는 "대다수 일반 주주가 반대해 대규모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이뤄질 경우 모회사의 자금 여력이 부족해 물적분할 추진이 무산될 수도 있다"며 "향후 기업이 일반 주주들의 지지와 동의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기반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한국거래소는 물적분할 이후 5년 안에 신설 자회사를 상장하려는 경우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모회사의 일반주주에 대한 보호 노력을 질적으로 심사해 미흡하다고 판단할 경우 상장을 제한한다. 금융위는 모회사 주주에게 신설 자회사 주식을 현물로 배당하거나 모회사 주식과 신설 자회사 주식을 교환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노력을 주주 보호 방안의 예시로 들었다. 이 외에 배당을 확대하거나 자사주 취득 등을 통해 자회사 성장의 이익을 모회사 주주에게 환원한 것도 주주 보호 노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물적분할을 완료한 기업도 분할한 지 5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이번에 강화된 상장심사 제도를 적용받는다.

◇개미들 "신주 인수권 부여 안돼 아쉽다"

소액 주주들은 이번 대책을 환영하면서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신주 인수청구권 부여 방안이 빠진 것을 아쉬운 대목으로 꼽았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과거보다는 피해가 많이 줄어들긴 하겠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며 "이번에 도입되는 주식매수청구권의 경우 '시가 기준'이기 때문에 공정가격과의 괴리가 생길 수 있어 여전히 논란의 불씨로 남을 수 있다"고 했다. 현재 국회에는 물적분할한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에 모회사 주주에게 자회사 주식의 50% 이상을 우선 배정하고, 신주 인수 기회를 부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돼있다.

[그래픽]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시 일반 주주 권익 제고 방안 / 물적분할 추이 기고자 : 김은정 기자
본문자수 : 2129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