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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오픈 2회전서 콘타베이트 2시간 27분만에 제압

US오픈 테니스대회가 열리는 메인 경기장 이름은 '아서 애시 스타디움'이다. 아서 애시는 1970년대를 호령한 미국의 전설적인 테니스 선수다. 호주오픈(1970), 윔블던(1975), 그리고 US오픈(1968) 남자 단식에서 우승한 유일한 흑인 선수로 남아 있다. 그는 1980년에 은퇴한 이후 시민권 보장을 위한 사회운동가로도 활동했다. 에이즈에 걸려 1993년 2월 50세의 나이에 눈을 감았다. 1983년에 심장 수술을 받을 당시 HIV 바이러스가 감염된 혈액을 수혈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애시는 사후(死後)에 테니스 선수와 사회운동가로서의 공로를 모두 인정받아 1993년 6월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자유의 훈장을 수여받았다. 그리고 1997년 완공된 US오픈 메인 스타디움은 그를 기리기 위해 아서 애시 스타디움으로 명명됐다. 수용 인원이 2만3771명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1999년. 18세 소녀이던 세리나 윌리엄스(41·미국·세계 605위)는 US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 올라 스위스의 마르티나 힝기스를 제압하고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여자 단식 우승을 맛봤다. 그리고 애시 이후 US오픈에서 단식 우승컵을 들어 올린 첫 흑인 선수가 됐다. 윌리엄스는 이후 US오픈에서 5차례(2002, 2008, 2012, 2013, 2014) 더 정상에 올랐다.

아서 애시 스타디움이 윌리엄스에게 좋은 기억만 있는 곳은 아니다. 그는 2009년 준결승에서 서브를 넣을 때 풋 폴트가 선언되자 선심에게 항의하다가 1억원에 가까운 벌금을 내기도 했다. 2018년 결승에선 경기가 잘 안 풀리자 라켓을 바닥에 내팽개쳐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는 "나로 인해 상처를 받았을 모든 분들께 사과를 올린다"며 반성했다.

올해 US오픈은 윌리엄스의 고별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만 23차례 우승을 거머쥔 그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할 생각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환희와 분노가 교차했던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1일 열린 단식 2회전에서 윌리엄스는 세계 2위 아넷 콘타베이트(27·에스토니아)를 2시간 27분 혈투 끝에 2대1(7-6〈7-4〉 2-6 6-2)로 누르고 3회전에 진출했다. 윌리엄스는 전성기 못지않은 매서운 서브를 앞세웠다. 이날 그는 서브에이스 11개로 중요한 순간마다 기세를 살리며 콘타베이트(5개)를 압도했다.

'여왕'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이날 경기를 보기 위해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등이 현장을 찾았다. 지난달 패션 잡지 '보그'에서 윌리엄스는 작년 윔블던에서 부상당해 은퇴를 고민할 때 우즈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밝혔다. 우즈는 윌리엄스가 1세트를 접전 끝에 따내자 전매특허 포즈인 오른 주먹을 치켜올리는 '피스트 펌프(fist pump)'를 하며 같이 포효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1회전 경기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 '스키 여왕' 린지 본 등이 관전했다. 두 경기 모두 만석을 기록하며 마치 결승전을 방불케 했다.

윌리엄스는 작년 6월 윔블던에서 부상으로 기권하고 올해 6월 영국 이스트본에서 열린 로스시 인터내셔널 대회에서 1년 만에 복귀를 신고했다. 같은 달 열린 윔블던 1회전에선 당시 세계 115위였던 하모니 탄한테 지는 등 한동안 부진했다. 윌리엄스는 경기 후 "1년 정도 경기를 못 뛰었는데, 세계 2위 선수를 꺾었다. 비결이 무엇이냐"는 사회자 메리 조 페르난데스의 질문에 "나는 꽤 잘하는 선수다. 최근 연습을 열심히 한 게 주효했다"고 농담하는 여유도 보였다. 콘타베이트는 "세리나는 이길 자격이 있었다"며 축하했다.

윌리엄스는 2일 언니 비너스 윌리엄스와 함께 여자 복식 1회전에 출격하며, 3일엔 아일라 톰리아노비치(29·호주·46위)와 3회전을 치른다. 기고자 :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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