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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선로에 고속 전기열차 운행… 市 ＂도심경관 해치고 사고 위험＂

영호남을 횡으로 잇는 유일한 철도 선로 '경전선(慶全線)'에 90여 년 만에 기존 디젤 열차 대신 고속으로 달리는 전기 열차를 투입하는 '전철화(電鐵化) 사업'이 전남 순천시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순천시와 지역 주민들은 안전사고 위험과 경관 훼손, 소음 유발, 교통 혼잡 등을 이유로 도심을 관통하는 전철 노선을 외곽으로 빼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사업의 핵심 사업 구간이 있는 순천시의 노선 변경 요구로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7월 취임한 노관규 순천시장은 경전선 우회 노선 추진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했다. 노 시장은 1일 본지 통화에서 "시민 의견을 무시한 도심 통과 노선은 폐기해야 한다"며 "철도 노선은 백년대계 관점에서 개설하는 것이라 일제강점기 때 만든 기존의 도심 관통 노선을 그대로 사용하면 앞으로 100년간 순천 발전은 저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 시장은 지난달 29일 TBN 광주교통방송에 출연, 경전선 문제를 공론화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영록 전남지사,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면담했다.

순천 시민도 반발하고 있다. 주민 400여 명은 지난달 22일 버스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이동해 경전선 도심 통과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홍탁 순천시 주민자치협의회장은 "고압 전철 구조물이 순천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면 도심이 양분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시민사회 단체도 경전선 도심 우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연일 열고 있다.

국토부가 추진하는 호남권 경전선 전철화 사업 기본계획은 오는 10월 말 확정될 예정이다. 순천에는 도심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4.2㎞에 달하는 경전선이 놓여 있다. 정부는 이 노선을 그대로 활용해 높이 7m짜리 고압 전철 구조물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순천시는 이렇게 될 경우 교통체증, 철도 소음, 안전사고 위험, 도심 경관 훼손, 생태도시 브랜드 이미지 추락 등이 우려된다고 주장한다. 전철화 사업이 끝나면 도심을 지나는 열차 운행 횟수는 하루 6회에서 40회로 늘어난다. 이 때문에 순천시는 길이 28㎞짜리 우회 노선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사업비가 2500억원 늘게 된다는 점이다.

광주 송정과 순천을 잇는 호남권 경전선 전철화 사업은 수익성 부족 이유로 지지부진하다가 2019년 1월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에 포함돼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사업비는 1조7703억원이다. 하지만 순천에서 사업비가 2500억원 늘면 관련 규정에 따라 예비타당성 조사를 또 받아야 한다.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게 된다. 순천시 관계자는 "정부에 기본계획 확정 고시일을 늦추고, 우회 노선 개설로 사업비가 추가되더라도 사업성 적정성을 따지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 달라고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병호 전남도 철도공항팀장은 "순천 시민의 의견을 존중해 사업이 1~2년 늦어지더라도 우회 노선을 국가계획에 반영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930년 개설된 경전선은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로 연결하는 유일한 철도다. 정부는 남해안 고속철 사업을 추진 중인데, 핵심 노선이 경전선이다. 기존 선로를 단선에서 복선으로 늘리고, 곡선을 직선으로 편 뒤 최대 시속 250㎞의 전기 동력 열차를 투입하는 전철화 사업이 진행 중이다. 경전선 전철화 사업비는 8조5458억원이다. 목포 또는 광주 송정에서 순천을 거쳐 부산 부전을 잇게 된다. 전철화 사업이 끝나면 목포와 부산은 철도 길이가 388㎞에서 334㎞로 짧아지고, 운행 시간은 6시간 33분에서 2시간 33분으로 대폭 줄어든다. 영남권 노선은 공사가 끝났거나 마무리 단계다. 광주 송정~순천 구간은 2028년 말 완성 예정이지만, 순천시가 주장하는 대로 우회 노선이 결정될 경우 2년가량 사업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고자 : 조홍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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