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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는 민원인만 허용… 도민 문화·휴식공간 만들겠다＂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추진하는 '차 없는 도청' 정책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최소의 민원인 차량을 제외하고 도청사에 모든 차량 출입을 금지하겠다는 이 정책에 공무원노동조합은 반기를 들었고, 도민 의견도 찬반이 팽팽하다.

김 지사는 탄소 중립을 실현하고, 근대문화유산인 충북도청사를 도민과 함께하는 문화·휴식·체험공간으로 조성하겠다며 '차 없는 도청'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8일부터 닷새간 시범 운영도 했다. 이 기간에 도는 직원 차량을 전면 통제했고, 377면의 주차장 가운데 106면만 민원인과 장애인, 임산부에게 제공했다. 대신 관용 버스 7대를 투입해 통근버스로 운행하고, 외부 민간 주차장도 추가 배정했다.

시범 운영을 끝낸 충북도는 드러난 문제점과 직원 의견을 수렴해 '차 없는 도청' 정책을 손질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도는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하기 전까지 우선 직원에게 배정된 청사 안 170면의 주차 공간 중 관리자급에 배정된 107면(63%)을 회수했다. 관리자급 직원들에게는 솔선수범해 대중교통과 셔틀버스를 이용하도록 당부했다. 나머지 직원들에게는 자율적 참여를 유도했다. 도는 이를 통해 확보된 주차면을 민원인용으로 확대하고, 문화·휴식 공간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그러자 충북도공무원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지난달 22일 충북도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도청 직원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749명 중 80%가 반대하는데도 김 지사는 이를 무시하고 '차 없는 도청'을 강행하려 한다"고 했다. 노조는 또 "정책 추진 목적도 불분명하다"며 "주차타워 건설도 백지화하고 구체적 계획 없이 상황에 따라 말을 바꿔가면서 여론전만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밖으로 쫓겨난 직원들 차량 때문에 인근 주민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정책을 철회할 때까지 반대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도청 주변에 김 지사 정책을 비판하는 플래카드 여러 장을 내걸고, 매일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노조의 반대와 상관없이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김 지사는 "지구 온난화나 탄소 중립 문제를 생각한다면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해야 하는데 어떻게 공무원들이 도청에 차를 가져와 8시간을 세워놓느냐"며 "노조가 앞장서 해야 할 일을 도지사가 하고 있는데 반대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지사는 "시민이 판단할 것"이라고도 했다.

도민 의견도 찬반으로 나뉘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1일 충북도청을 찾은 민원인 김모(36)씨는 "업무상 일주일에 두세 번씩 도청을 오는데 주차 때문에 매번 수십 번 청사를 빙빙 돌다 겨우 주차하곤 했다"며 "지금은 그런 불편 없이 주차할 수 있어 '차 없는 도청' 정책에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반면 인근 주민 강모(65)씨는 "예전보다 골목 안에 주차된 차량이 많아졌다"며 "주차 공간에 대한 대안 없이 막무가내로 정책을 추진한다면 골목 안 주차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충북도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 충북도가 발표한 '차 없는 도청' 정책에 관한 도민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47.9%가 찬성하고 44.4%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찬반 의견 차이가 오차범위(±4.3%) 내인 3.5%p에 불과했다.

충북도는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는 입장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정책의 목적은 탄소 중립과 민원인 주차난 해소, 도민과 함께하는 도청을 만드는 것"이라며 "아직은 정책을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직원과 도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현실성 있고 모두가 만족할 정책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이성우 사무처장은 "미세 먼지 최대 배출원으로 꼽히는 자동차를 도청에서 뺀다는 건 의미가 있다"면서도 "'차 없는 도청' 정책은 충분한 소통과 보완이 된 이후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고자 : 신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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