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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페어 '프리즈 서울' 오늘 개막… 美구겐하임 미술관 관장 인터뷰

영미 미술계를 대표하는 두 미술기관의 수장이 서울에 왔다. 2일 출범하는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 참석차 방한한 이들에게 한국 미술 시장을 향한 제언, 세계적 미술관의 운영 방식 등을 들어봤다.

"한국·싱가포르·대만 등 아시아 각국이 미술계에서 '뉴 홍콩'이 되려 경쟁한다. 한국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겠느냐고? '예스'. 단, 20~30년 전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리처드 암스트롱(73) 구겐하임 미술관장은 '아시아 미술 중심 국가'로서 한국의 가능성을 밝게 봤다. 암스트롱 관장은 2008년 뉴욕 솔로몬 구겐하임 관장에 부임한 뒤 14년 동안 빌바오·베네치아·아부다비(2025년 개관) 등 전 세계 구겐하임을 총괄하고 있다.

지한파 미술인으로 꼽히는 그는 "잘 정비된 미술품 매매 관련 세법, 작품 운반에 필수인 훌륭한 공항 등이 한국이 지닌 경쟁력"이라면서 의외의 강점 하나를 얘기했다. "한국 음식 문화"였다. "예술계에선 사교가 중요하다. 많은 결정이 레스토랑 '테이블'에서 이뤄진다. 미식(美食)은 중요한 예술 자본이다."

미술관과 갤러리 난립, 미술 시장 과열은 경계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미술관과 관련해선 "일본에서 20~30년 전 미술관이 우후죽순처럼 생겼지만 지금은 거의 고사 상태다. 제대로 된 양질의 미술관 몇몇 곳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20~30대 젊은 세대가 미술계의 동력으로 등장한 것은 한국만의 독특한 현상"이라고 했다. "세계에서 출산율이 제일 낮은 나라라는데, 우리 미술관에도 한국 20~30대 관광객이 굉장히 많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해외여행을 많이 하고 취향까지 갖춘 한국 젊은 세대는 적극적으로 예술을 즐기는 것 같다." 지난해 BTS 리더 RM이 휴가 중 뉴욕 구겐하임에서 인증샷을 찍어 올려 화제가 된 것도 이런 현상의 한 단면으로 받아들였다.

정치인을 꿈꾼 그는 1960년대 말 워싱턴 정가의 한 상원의원 사무실에서 사환으로 일했다. 여름에 더위 피해 간 곳이 에어컨 나오는 미술관이었다. 프랑스 유학 시절엔 겨울에 히터가 나오는 루브르박물관을 아지트 삼았다. 50~60년 전 그를 미술관으로 이끈 신문물이 냉난방 시설이었다면, 지금 세대를 미술관으로 이끄는 것은 '디지털'이라고 했다.

"요즘 관람객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재미(fun)'"라며 "젊은 관객 수용, 소장품 관리에서 디지털이 필수가 됐다. 첨단 기술을 잘 아는 파트너가 필요했다. 그게 LG였다"고 말했다. LG는 지난 6월 구겐하임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그는 "과거 일본 기업들이 해외 미술관 후원을 많이 했다면 지금은 한국 자본이 세계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내년에 관장직에서 물러난다. 은퇴를 앞둔 '미술관 대부'에게 물었다. 미술관장이란? "미술관의 도어맨(doorman). 더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으로 들어올 수 있게 활짝 문 열어주는 사람이다."

☞프리즈

2003년 영국에서 창립된 세계적 아트페어로, 런던·뉴욕·로스앤젤레스 등에 이어 올해 '서울'까지 추가됐다. 아시아 최초로 열리는 서울 행사는 향후 5년간 계약돼 있다. 기고자 : 김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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