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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치킨' 이은 즉석식품 경쟁
기존 인력 활용이 저가 유지 비결

홈플러스가 내놓은 1마리 6990원 '당당치킨'이 큰 인기를 끌자 대형마트들이 델리 코너에서 직접 조리한 '반값' 식품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한통가득 탕수육(9800원)'을 오는 1~7일 엘포인트 회원 대상으로 2000원을 할인한 7800원에 판매한다고 31일 밝혔다. 롯데마트의 반값 탕수육은 전국 탕수육 평균 가격(450~550g·1만5000원대)의 절반 정도인데도 국내산 돼지고기를 쓰고, 양(650g)도 훨씬 푸짐하다.

'반값' 상품을 앞세운 대형마트들의 델리(즉석식품)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1인 가구 증가,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과 맞물려 마트 델리 코너를 찾는 사람이 급증하자 고객을 매장으로 유인하기 위한 미끼 상품 수준을 넘어 전체 매출 증가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김밥·튀김 정도를 판매하던 대형마트 델리 코너는 초밥과 회, 샐러드 등 메뉴를 다양화한 것은 물론 고급화했다.

◇'당당치킨'이 쏘아 올린, 델리 경쟁

당당치킨 인기 이후 이마트, 롯데마트는 각종 할인 마케팅을 더해 6000~1만원대 치킨을 판매하고 나섰다. 홈플러스는 당당치킨 인기에 이어 자체 브랜드인 '홈플러스 시그니처' 냉동 피자를 한시적으로 2000원대에 판매했고, 이마트는 31일 5만명 넘는 고객의 레시피 투표를 반영한 '야식 세트(순살떡강정·새우튀김·버팔로윙)'를 1만4980원에 내놨다.

한쪽 구석 찬밥 신세였던 델리 코너는 노후 매장을 리뉴얼하는 과정에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마트 입구로 전면 배치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최근 10개 매장을 '메가푸드마켓'으로 리뉴얼하면서 마트 입구에 신선식품을 배치해오던 동선을 완전히 바꿨다. 매장 가장 안쪽에 있던 베이커리 브랜드 '몽블랑제'를 입구 앞으로 옮기고, 델리 코너 '푸드 투 고', 샐러드 코너 '프레시 투 고'도 전면에 내세웠다.

델리 코너 강화는 매출 증가로도 이어졌다. 홈플러스가 최근 리뉴얼한 '메가푸드마켓 강서점'의 경우 첫 주말 영업이었던 지난 25~27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최대 4배 증가했다. '반값' 가성비 상품을 전면 배치해 '마트 음식은 맛이 떨어진다'는 인식을 탈피하려는 시도도 있다. 이마트는 작년 초밥 코너를 업그레이드해 참돔·농어·전복·참숭어·새조개 등 고급 어종 횟감을 대폭 늘리고 100% 국내산 초밥 코너를 신설했다. 롯데마트는 메뉴 개발을 담당하는 '푸드이노베이션센터'를 강레오 셰프에게 맡겼다. 이곳에서는 셰프 7명이 메뉴 개발을 맡고 있다.

◇델리 코너의 부활… 급증한 업무량 지적도

마트 델리 코너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땐, 3~4인 가구를 위한 음식 종류가 많았지만 최근 인구·가구 구조 변화에 맞춰 1인 가구 등을 위한 샐러드, 디저트류를 강화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1~7월 간편 식사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증가했는데, 특히 점심때 간편 식사를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오전 11시에서 오후 1시 사이 이마트 즉석조리매장 '키친델리' 상품을 구입한 소비자는 20%, 매출은 30% 늘었다.

대형마트가 반값 상품을 내놓을 수 있는 건 이미 마련된 조리 공간과 기존 직원을 투입하기 때문에 추가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그만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에선 조리 인력 혹사 지적도 나온다. 민노총 홈플러스 지부는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하루 30~40마리 튀기던 치킨을 인력 충원 없이 150마리까지 튀겨야 해 근로자의 휴식권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홈플러스는 "현장 여건을 고려해 하루 생산 물량을 제한했고, 휴식 시간도 충분히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당치킨 인기가 꾸준할 것이라는 보장 없이 인력 채용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표] 델리(즉석식품) 코너 강화하는 대형 마트 기고자 :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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