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충격에… 사상 첫 '5개월 연속 소비 감소'

국내 소비가 처음으로 5개월 연속 줄어들었다. 물가는 치솟고, 경기 침체 우려는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소비가 줄어드니 생산과 투자도 쪼그라들고 움츠러들었다. 중국 수출 부진 등 무역 적자까지 겹치면서 기업 생산과 투자가 감소했다. 이러면서 우리 경제 활력을 보여주는 산업활동 동향 3대 지표인 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감소세를 기록하는 '트리플 감소'가 다시 출현했다. 올 들어 4월에 이어 두 번째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은 이런 내용을 담았다. 한 정부 관계자는 "고(高)환율, 고물가, 고금리의 '3고 현상'이 본격적으로 한국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는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마저 개장 직후 1352.3원까지 치솟아 장중 연고점을 이틀 만에 고쳐쓰더니 결국은 전날보다 10원 넘게 급락해 거래를 마치는 등 환율도 요동쳤다.

◇"소매판매 5개월 연속 감소는 처음 본다"

지난 29일 대전광역시 서구 둔산동 정부대전청사 15층 통계청 산업동향과 사무실. 7월 산업활동 동향 1차 집계 결과 생산·소비·투자 모두 전월 대비 감소를 기록했고 소비(소매판매)는 5개월 연속 줄었다는 담당 사무관 보고를 받은 빈현준 산업동향과장은 "소판(소매판매)이 결국…"이라며 한숨을 쉬었다고 했다.

31일 공개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달 대비 0.3% 감소했다. 3월(-0.7%), 4월(-0.3%), 5월(-0.1%), 6월(-1.0%)에 이어 5개월 연속 감소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0월∼1998년 1월 4개월 연속 소매판매가 줄어든 적은 있지만 5개월 연속 감소는 이번이 처음이다.

7월 산업생산은 6월보다 0.1% 감소했다. 반도체(-3.4%) 경기가 위축되며 제조업 등 광공업 생산이 1.3% 줄어든 영향이 컸다. 4월(-0.9%) 이후 3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이 줄어드는 등 수출 둔화세가 이어진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중 무역수지는 지난 5월(-10억9000만달러)을 시작으로 6월(-12억1000만달러)과 7월(-5억7000만달러), 8월 1~20일(-6억6700만달러) 등 4개월 가까이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3고와 무역 적자 여파 본격화"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고물가와 고금리 여파에 주식, 부동산 등 자산 가치도 하락하면서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됐고 물건 소비를 줄인 결과"라며 "대중 무역 적자에 환율 시장까지 요동치며 기업들도 생산과 투자를 줄이고 있다. 이른바 '3고'와 무역 적자 여파가 본격화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은 경기가 계속 위축되고 있어 국내 수출 기업들의 걱정을 키우고 있다. 31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4라고 발표했다. 중국 내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이 지표는 지난 7월(49)에 이어 두 달 연속 경기 확장과 위축을 구분하는 기준선인 50에 못 미쳤다. 홍콩 언론들은 "'제로 코로나' 방침에 따른 봉쇄령의 타격이 있는 데다, 최근 가뭄과 이상 고온이 초래한 전력난이 겹쳐 경기 위축세가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환율 10원 넘게 급등락 올 들어 23일

환율의 급등락이 자주 나타나는 것도 경제 주체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31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1원 내린 달러당 1337.6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개장 직후에는 달러당 1352.3원까지 치솟아 지난 29일 기록한 연고점(1350.8원)을 이틀 만에 경신했다. 2009년 4월 29일(1357.6원) 이후 13년 4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올 들어서는 유독 환율이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롤러코스터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환율이 전 거래일 대비 10원 이상 오르내린 날이 작년 한 해 동안에는 나흘뿐이었는데, 올해는 8월까지 23일에 달한다.

[그래픽] 7월 소비·생산·투자 트리플 감소 기고자 : 손진석 기자 정석우 기자
본문자수 : 2055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