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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적인 '차벽' 대처 벗어나
불법시위자 신속 검거하기로

경찰이 집회·시위 현장에 출동하는 기동대 운용 전략을 대폭 변경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현재는 집회·시위 현장에 경찰 수백명을 배치해 집회 참가자나 시위대를 둘러싸고 지켜보는 형태의 '인해전술' 방식을 쓰고 있지만, 앞으로는 집회·시위 현장 곳곳에 경찰들이 소규모로 흩어져 있다가 불법행위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검거하는 것으로 전술을 바꾸기로 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집회·시위 현장에서 경찰 기동대를 8명 안팎의 팀 중심으로 개편해 운영할 계획을 짜고 있다. 현재는 29인승 경찰 버스 1대에 꽉 차는 20~30명 안팎의 '제대' 단위로 기동대를 운용한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에는 차벽을 길게 세우고 경찰 수십~수백명이 한데 몰려 방패를 들고 서는 방어적 집회 대응을 했다면, 이제는 팀으로 집회 시위 현장 곳곳에 흩어져 불법행위를 더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검거에도 나서는 방식을 쓰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시위 전략을 총괄하는 경찰청 경비국장을 지낸 윤희근 경찰청장이 직접 전술 변화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번 정부 들어 불법 집회에 대한 경찰의 대응도 바뀌어가는 추세다. 집시법 위반으로 경찰이 검거한 인원은 2018년 429명, 작년 549명이었는데, 올해는 7월까지 이미 450명이다.

경찰 전술 변화에 따라 앞으로 집회·시위 현장에 경찰 버스가 죽 늘어선 모습을 점차 보기 어려워질 수 있다. 대신 이보다 작은 밴 같은 승합차가 곳곳에 보일 전망이다. 경찰은 가장 먼저 9월 말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 15인승 밴 쏠라티 3대를 시범 배치할 계획이다. 8명짜리 세 팀이 투입된다. 이를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집회·시위 현장에 출동할 승합차 26대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집회 현장을 통제할 경찰이 줄어드는 대신 장비를 추가 투입한다. 경찰은 올해 '차세대 차벽'이라고 불리는 폭 8m, 높이 2m 규모 트레일러형 안전펜스를 8대 도입한 데 이어 내년에도 8대를 추가로 도입하기로 했다. 2025년까지 40대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이 밖에 휴대성이 간편한 폭 6m 상당의 접이식 폴리스라인도 올 초부터 159개 운영하고 있다.

경찰 전술이 바뀌는 원인에는 내년 의경 제도가 폐지되는 것도 있다. 의경 상당수가 경찰 기동대에 배치돼 그간 집회 현장에 출동해왔다. 2018년 경찰관 4866명, 의경 2만5911명 총 3만777명으로 운영됐던 경찰 기동대는 내년 5월 의경제가 완전히 폐지되면서 1만3772명 규모까지 줄게 된다. 의경은 한 명도 남지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인력 중심의 집회 시위 관리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줄어든 인력으로 효율적 운용을 할 방안에 대해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고자 : 이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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