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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금품 최대 9억＂ 검찰, 청탁과정 수사

더불어민주당 중진 정치인의 측근 이모(59)씨가 한국남부발전 승진 청탁 외에도 문재인 정부 당시 산업통상자원부와 그 산하기관, 국무총리실 직속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기관과 관련된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31일 전해졌다. 검찰은 브로커 역할을 한 사업가 박모(62)씨가 청탁 대상자들로부터 전달받아 이씨에게 넘긴 금품이 최대 9억원대에 이른다고 보고, 청탁 과정과 금품 규모 등을 확인 중에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이씨와 박씨가 산업부, 식약처 등 정부기관 관련자들로부터 불법적인 청탁 요구와 금품을 받고 청탁을 시도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의 한 인사가 박씨에게 승진 청탁을 부탁하면서 건넨 자금이 박씨 측 관계자 통장 계좌를 거쳐 이씨 계좌로 넘어갔다는 자료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박씨는 2020년 전후로 한국남부발전 직원 2명에게서 승진 청탁과 함께 3500만원씩, 총 7000만원을 받아 이씨에게 전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박씨와 이씨는 마스크 업자 측으로부터 유통 허가 등 사업 편의를 잘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일부 자금을 식약처 측에 전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고 한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박씨가 이씨를 통해 한국수력원자력이나 서울시에도 인사 청탁을 시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청탁이 실제 성사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씨 측은 "7억원을 빌렸고 이 중 5억원을 갚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7억원 중 2억원은 조카의 전세 자금에 사용하기 위해 이씨 언니 계좌로 빌렸고, 따로 차용증은 쓰지 않았으며 계좌이체로 돈을 주고받았다는 것이 이씨 측 설명이다. 이씨는 박씨를 명예훼손과 무고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씨에게 박씨가 건네는 금품을 대신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박씨의 전 수행비서 정모씨는 지난 3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박씨가 자신과 통화에서) '문제가 되면 나중에 빌려준 돈이라고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두 사람의 주장이 엇갈리는 만큼 지금까지 확보한 진술과 계좌 추적 결과 등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사건 청탁의 통로가 된 박씨를 주목하고 있다. 박씨는 2004년 노무현 정부 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던 '부산자원 1600억원대 특혜 대출' 의혹으로 구속 기소됐다가 2010년 9월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박씨는 2000년대 초반부터 분양업·컨설팅업 등 11개 업체를 차명으로 보유하면서 여러 건의 소송에 휘말렸는데 정치권 인맥을 통해 이를 무마시킨 적도 있다고 박씨 주변 인사는 주장했다.

박씨는 부동산 사기 사건으로 수감 생활을 하다가 2019년 광복절 가석방으로 풀려난 뒤, 민주당 서초갑 지역위원장으로 있던 이씨와 친분을 쌓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수시로 정치권 인맥을 과시했고 2019년 말부턴 민주당 중진 정치인 측근인 이씨와 두터운 관계를 유지하다 보니 청탁 대상자들이 박씨를 찾게 됐다는 것이다. 이씨는 MBC 방송작가 출신으로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선대위 부본부장,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 선대위 부본부장을 각각 지냈다. 2016년, 2020년 국회의원 총선과 올해 3월 보궐선거 등에 민주당 공천으로 서울의 한 지역구에 출마했다가 낙선하기도 했다. 기고자 :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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